“트로이전쟁을 재해석한 ‘인형의 신전’ 인간의 근본적·보편적 질문에 답할 것”

입력 2019-02-26 00:01
조용찬 영산오페라단장
상실 앞에 선 인간의 절망적인 모습을 그린 오페라 ‘인형의 신전’의 한 장면. 영산오페라단 제공
인간은 감당할 수 없는 상실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까. 자기 자신이라 생각한 여러 정체성들은 가혹한 고난 앞에서 손쉽게 무너진다.

영산오페라단(단장 조용찬·사진)이 제작한 오페라 ‘인형의 신전’이 다음 달 8~9일 서울 구로구 가마산로 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트로이 전쟁을 창작 오페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상실 앞에 선 인간의 슬픔을 처절하게 그려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대표적 공연예술지원 사업으로 지난해 ‘2018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창작 오페라 부문에 이 작품을 선정했다.

조용찬 단장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영산오페라단 사무실에서 진행된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트로이 전쟁 이야기는 비극적 세계상과 인간의 한계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린다”며 “이 작품을 통해 욥기 전도서 등에 나온 인간의 근본적이고 보편적 질문들에 답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단장은 우리의 정서와 어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리기 위해 트로이 전쟁을 소재로 선택했다. 제목에 등장하는 ‘인형’은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우상을 상징한다.

양진모 예술감독은 “주인공 카산드라와 아가멤논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현실을 외면하고 왜곡한다.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신을 이용하고 부정하는 이들은 현시대 우리와 다를 바 없다”며 “자신의 욕망에서 벗어나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오는 자유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트로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거대한 목마를 만드는 아가멤논, 그것이 파멸의 계기임을 아는 아폴론의 사제 카산드라. 트로이 함락 후 카산드라는 아가멤논을 환각에 빠뜨린다. 카산드라를 자신의 딸, 아내, 여신으로 착각한 아가멤논은 카산드라를 고향으로 데려간다. 아가멤논의 아내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카산드라를 아가멤논의 첩으로 생각하고 이 두 명을 모두 죽인다.

제작진은 오페라 장르를 활용해 돌이킬 수 없는 인간의 상실을 섣불리 위로하기보다 오히려 더 깊이 천착하기로 했다. 작품에 나온 노래는 시편이나 예레미야애가 등 성경말씀의 어조, 운율 등에서 착안했다. 후반부에 나오는 ‘뱃노래’는 트로이 백성들이 포로로 잡혀가며 부르는 슬픈 노래다. 예레미야애가 1장의 상황과 정서에 기반을 뒀다.

조 단장의 지휘하에 작곡 김천욱, 극작 신영선, 예술감독·지휘 양진모, 연출 표현진, 출연진에 박하나 오희진 박태환 김진추 이석늑 김지선 등 실력파 성악가들이 참여한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