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베트남행 열차’가 문 대통령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에 탄력 붙일까

입력 2019-02-25 04:03
사진=신화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열차를 이용해 베트남 하노이로 향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한반도에서 출발해 동남아시아까지 향하는 4500㎞ 열차 이동이 전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 것이기 때문이다. 27~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이 대북 제재 예외 대상으로 인정받을 경우 정부는 즉각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처음으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을 밝혔다. 남북과 중·일·러·몽골 동아시아 6자와 미국이 참여하는 ‘6+1’ 구상이다. 철도를 중심으로 다자 경제협력체제를 만든 뒤 이를 다자 안보협력체제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경제공동체로 시작해 지역통합을 달성한 유럽연합(EU) 체제를 동아시아에 이식하자는 개념이다. 남북 종단철도를 중국 횡단철도, 시베리아 횡단철도, 몽골 종단철도 등과 연결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미국의 투자를 받는 식이다.

한반도(평양)에서 출발, 중국 대륙을 관통해 하노이까지 향하는 김 위원장의 이번 장도(長途)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의 쇼케이스(널리 알리는 특별공연)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까지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고 말했다. 북·미 협상 의제에 남북 경협을 카드로 올려 달라는 뜻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물로 대북 제재 완화 대상에 남북 철도·도로 연결이 포함될 경우 문 대통령의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축 모델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위해서는 제재 예외 대상으로 지정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경협을 상응조치 일환으로 사용할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은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일종의 착수식은 이미 마쳤지만, 이중·삼중의 제재 때문에 실제 공사를 시작하는 착공식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편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친중 노선을 강화한 김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열차로 베트남에 가는 방안을 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중이 동아시아를 관통하는 철도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