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되지 않고 재판을 받던 피고인에 대해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며 구속하는 ‘법정구속’이 관심이다. 지난달 김경수 경남지사가 법정구속되며 정치적 공방을 일으킨 데 이어 최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실형 선고에도 법정구속을 면하면서 법원의 기준과 원칙에 대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여권 실세이자 현직 도지사인 김 지사의 법정구속은 이례적으로 과한 처사라는 주장과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게 평등한 원칙을 적용한 결과라는 반론이 팽팽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안태근 전 검사장 등 김 지사 전후로 이른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들이 잇달아 법정구속되면서 법원의 새로운 경향이 자리잡히는 것이냐는 해석마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김태업)는 전 전 정무수석에 대해 징역5년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같은 날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도 구속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을 받는 것이 맞다” “구속이 능사가 아니다” 등의 이유를 댔다.
문제는 이들 사례와 앞서 법정구속된 사례 사이 명확한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형량에 있어서도 전 전 정무수석이 징역 5년으로 오히려 더 높다. 김 지사, 안 전 검사장, 안 전 지사 등도 모두 항소 또는 상고했으니 역시 이후 재판에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경우다. 언뜻 법정구속된 이들이 억울해 보일 수 있는 지점이다.
그런데 대법원 예규를 보면 “피고인에 대해 실형을 선고할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는 원칙이 명시돼 있다. 일단 실형이 선고됐다면 구속되지 않은 것이 예외적이라는 얘기다. 실제 전 전 정무수석 등을 불구속한 재판부는 불구속 사유를 별도로 설명한 반면, 앞서 법정구속을 결정한 재판부는 실형 선고 양형 이유를 설명할 뿐 구속의 사유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구속은 실형 선고의 ‘당연한 결과’라는 얘기다. 더욱이 실형이 선고된 피고인은 도망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한다는 것은 검찰의 수사와 공판 과정을 통해 최종 판단한 결과 형벌로서 인신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이런 측면에서 실형 선고 자체가 구속을 의미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구속됐다가 판결이 뒤집힐 경우 입을 피고인의 피해, 무죄추정의 원칙 등의 가치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반론도 있다. 이를 위해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우려 등이 크지 않다면 구속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예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수사단계에서 구속과는 다르지만, 무죄추정 원칙 등을 생각하면 재판에서도 가급적 불구속 원칙을 따르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무엇보다 판사에 따라 구속 여부 판단이 달라져 억울해지지 않으려면 불구속 기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민영 구자창 기자 mymin@kmib.co.kr
그때 그때 다른 법정구속 원칙, 선고하는 판사 맘
입력 2019-02-25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