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1인 2역과 다른 듯 묘하게 닮은 2인 1역은 브라운관이 가장 사랑하는 소재가 됐다. 한 명의 배우가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고, 여러 명의 배우가 한 인물을 소화하는 드라마들이 잇달아 선보이는 중이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리메이크작 ‘왕이 된 남자’(tvN)는 1인 2역이라는 장치로 초반 화제성을 견인한 영리한 작품이다. 탄탄한 연출과 극본으로 입소문을 꾸준히 타면서 지난 19일 방송에서 10.0%(닐슨코리아)로 시청률 두 자릿수 대에 올라섰다.
극은 원작의 모티브를 그대로 옮겨왔다. 권력 다툼이 극에 달하자 임금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자기와 꼭 닮은 광대를 궁 안에 들여온다는 설정이다. 여진구는 1인 2역을 깔끔하게 소화해내며 극의 흥행을 이끌었다. 그는 광기에 사로잡힌 왕 이헌과 낙천적인 광대 하선을 부드럽게 오가며 극의 몰입감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코믹 판타지물 ‘봄이 오나 봄’(MBC)도 연장선상에 있다. 배우 출신 국회의원 사모님 이봄(엄지원)과 기자 출신의 앵커 김보미(이유리)의 몸이 바뀌고, 타인의 삶을 살게 된 두 인물이 진정한 자아를 회복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엄지원과 이유리 두 배우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는 게 큰 매력 중 하나다. 극에서 이봄과 김보미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녔다. 이봄이 순수하고 사랑스럽다면, 김보미는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두 배우는 상대 캐릭터의 특징을 곧장 흡수해 본인만의 개성으로 풀어낸다.
시간을 소재로 한 판타지 로맨스물 ‘눈이 부시게’(JTBC)는 2인 1역이란 장치를 활용한 경우다. ‘국민 엄마’ 배우 김혜자와 한지민의 듀얼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다. 한순간에 70대 노인이 돼버린 25살 혜자(김혜자·한지민)를 주인공으로 한다.
극의 성패는 김혜자와 한지민이 같은 캐릭터로 보이는 데 달려 있었다. 김혜자는 평소 자신의 말투보다 빠른 속도와 얇은 톤으로 대사를 표현해낸다. 그는 한지민이 구축한 캐릭터의 행동과 외양 등을 섬세하게 본떠 극의 설득력을 한껏 높여냈다.
지난해 말 방송된 ‘계룡선녀전’(tvN)과 ‘뷰티 인사이드’(JTBC)도 이 같은 장치를 활용한 드라마들이다. 이는 배우와 이야기의 매력을 최대화하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1인 2역은 배우의 개성을 극대화하는 장치다. 매력적인 배우의 다채로운 모습을 어필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했다. 이어 “2인 1역은 캐릭터에 집중한다. 판타지적 설정과 합쳐지면서 서사를 한층 극적으로 만들고, 풍성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이 배우가 또… 이 배역에 또… 1인 2역, 2인 1역 드라마 잇따라
입력 2019-02-26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