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파문에… 경찰, 수사 인력 총동원 ‘마약과의 전쟁’ 선포

입력 2019-02-25 04:02

경찰이 앞으로 3개월간 클럽 내 약물 집중 단속을 벌이는 등 ‘마약과의 전면전’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서 ‘물뽕(GHB)’ 등 마약 유통과 그에 따른 성범죄 및 경찰 유착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비난 여론이 일자 내놓은 조치다. 전문가들은 유흥업소 내 마약 유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수사기관이 거물급 관련자 검거에만 집중하면서 2·3차 마약범죄 단속에 소홀했던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오는 5월 24일까지 전국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의 마약수사관 1063명과 형사·여성청소년·사이버·외사수사 등 수사부서 인력을 대거 투입해 단속을 벌인다고 24일 밝혔다.

해외여행객을 가장한 조직적 마약류 밀반입, 클럽 내 마약류 유통·투약, 프로포폴·졸피뎀 등 의료용 마약류 불법 사용, SNS 등을 이용한 마약류 유통 등이 주 단속 대상이다. 물뽕 등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나 불법촬영물 유통 등도 단속한다. 경찰은 마약 제조와 판매, 그에 따른 2·3차 범죄 모두를 이른바 ‘마약 범죄 카르텔’로 규정했다. 경찰관과 유흥업소의 유착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감찰·생활안전·형사 등 관련 부서와 협업해 전국적인 기획 감찰도 할 방침이다. 수사기관에 적발된 마약류 사범은 지난해 1만2613명에 달한다. 그러나 일상생활권 내로 파고든 마약류 실태는 정확하게 규모를 알지 못한다. 지난해 마약 밀수입 압수량은 298.3㎏으로 전년(35.2㎏) 대비 8.5배가량 급증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거나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마약류 범죄자가 현재 드러난 마약사범보다 수십배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년 전부터 마약 유통과 소비가 SNS 등을 통해 대중화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지만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부산에서는 SNS에 마약 광고를 올려 구매자를 물색한 뒤 마약을 유통한 김모씨 등 7명이 검거됐다. 프로골퍼 A씨는 김씨에게서 구매한 엑스터시와 필로폰 등을 지난달 서울 강남의 한 클럽에서 종업원 2명과 나눠 투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수사 대상의 확대 및 수사 조직의 체계화·전문화를 요구했다. 박성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거물급 생산·유통업자 등을 추적해 실적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흥업소 등 다중 출입장소에서 벌어지는 2·3차 마약범죄를 지속적으로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경우 연방 행정기관 산하에 마약범죄에 특화된 마약수사국(DEA)을 두고 전문인력이 마약류 범죄에 대한 수사·감시·단속을 꾸준히 한다”며 “이를 모델로 별도의 특별수사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진화하는 마약범죄에 대응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마약류 범죄는 재범률이 40%에 이르는 만큼 검거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출소 뒤 지역사회에서 치료와 재활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