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평양~톈진~동당 열차 대장정… 박닌성 깜짝 방문 가능성

입력 2019-02-25 04:0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전용열차가 23일 오후 10시30분쯤(이하 한국시간) 중국 랴오닝성 단둥역을 통과하고 있다. 이 열차는 베이징을 들르지 않고 24일 오후 2시쯤 톈진역을 거쳐 남쪽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26일 오전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해 전용차를 타고 하노이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을 방문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용열차로 중국 대륙을 관통해 60여시간, 4500㎞를 달리는 대장정에 올랐다. 23일 오후 평양을 출발한 열차는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에 진입한 뒤 베이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남쪽으로 향했다. 톈진과 우한, 광저우, 난닝을 거쳐 26일 오전 베트남 국경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정은 위원장이 탄 전용열차는 당과 정부, 무력기관 간부들의 뜨거운 배웅을 받으며 23일 오후 평양역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김 위원장이 평양역에서 의장대 사열을 받는 모습과 열차에 오르기 전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사진 등과 함께 베트남 방문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조선중앙TV도 김 위원장이 평양역에서 출발하는 영상을 이날 오전 2분40초 분량으로 방영했다.

23일 오후 5시쯤 평양을 떠난 특별열차는 밤 10시 반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조중우의교를 통과했다. 김 위원장은 단둥역에서 잠시 내려 기다리고 있던 중국 측 인사들의 환영인사를 받았다. 김 위원장은 인파에 휩싸인 채 중국 측 인사와 격하게 몇 차례 포옹을 하고 악수한 뒤 함께 플랫폼을 걸어 이동했다. 이 장면은 일본 후지TV의 원거리 카메라에 비교적 선명하게 포착됐다. 김 위원장의 중국 내 동선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된 것은 이례적이다. 특별열차는 단둥역에서 40분 정도 머무른 뒤 다시 출발했다. 23일 자정쯤에는 미·중 정상회담 기간 사용할 물자가 실린 것으로 추정되는 북측 열차가 단둥역을 지나갔다.

단둥역을 떠난 김 위원장 특별열차는 베트남 하노이까지 최단거리로 중국 대륙을 관통하는 노선을 이용하는 분위기다. 전용 열차는 베이징을 들르지 않고 친황다오와 탕산, 톈진을 거쳐 남쪽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는 스자좡, 정저우, 우한, 창사를 지난 뒤 곧바로 난닝, 핑샹으로 가는 게 최단 코스로 보인다. 단둥에서 베트남 국경까지 중국 내 노선 길이는 총 4000㎞가 넘는다. 물론 창사에서 광저우를 거쳐 난닝으로 가거나, 광저우에서 비행기로 갈아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중국과 베트남 접경인 중국 핑샹역과 베트남 동당역에서 선로 점검이 이뤄지고, 경호가 강화되는 상황으로 볼 때 김 위원장은 열차로 베트남 국경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예상대로 26일 오전 동당역에 도착하면 김 위원장은 승용차로 갈아타고 하노이까지 가게 된다. 베트남 당국은 26일 오전 중 동당에서 하노이를 잇는 170㎞ 구간 도로를 전면통제할 방침이다. 베트남 언론들은 22일 밤 이 사실을 모두 보도했으나 당국의 지시 탓인지 이 기사들을 모두 삭제했다.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다음 날인 3월 1일까지 베트남에 머물면서 현지에서 어떤 일정을 소화할지도 주목된다. 하노이 인근 박닌성은 김 위원장이 지나가는 국도 1호선에 있어 깜짝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에서 귀국할 때도 열차를 타고 광저우나 선전, 상하이 등 일부 지역을 시찰한 뒤 베이징에 들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는 등의 강행군을 할 수도 있다. 아니면 돌아갈 때는 비행기로 베이징에 들러 시 주석과 회담 결과를 공유할 가능성도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