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탄 경호단’이 24일 오전 베트남 하노이로 출동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의 베트남 현지 방문과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 내내 김 위원장 곁에서 철벽 경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좁고 혼잡한 하노이 구시가지 특성상 김 위원장 전용차에 바짝 붙어 구보를 하는 ‘V자 경호’를 재연할 가능성도 있다. 정상회담 장소로 추정되는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에는 북·미 의전팀이 논의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회담 준비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 위원장 경호원들을 태운 일류신(IL)-76 수송기는 24일 오전 하노이 노이바이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수직 꼬리날개에 ‘P-914’라고 적혀 있다. 이 수송기는 지난해 김 위원장의 2, 3차 방중과 1차 북·미 정상회담 때도 벤츠 S600 풀만가드 방탄차 등 각종 장비를 실어 나른 바 있다.
북한 경호원 규모는 100여명으로 추정된다. 인민군 호위사령부 소속이다. 이들은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과 버스에 나눠 타고 멜리아 호텔로 이동해 짐을 풀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숙소는 멜리아 호텔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날 멜리아 호텔 TV 안내판에 베트남 주재 미국 대사관이 호텔 연회장에 미국 측 프레스센터를 열었다는 내용의 공지가 잠시 뜨기도 했다. 김 위원장 숙소가 멜리아 호텔로 최종 낙점된다면 미국의 프레스센터는 다른 곳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장은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이 유력시된다. 메트로폴 호텔은 베트남이 프랑스 식민지였던 1901년 문을 연 5성급 호텔이다. 호텔 지하에는 베트남 전쟁 당시 사용하던 방공호도 있다. 김 위원장의 ‘집사’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과 박철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의전팀은 이날 오전 메트로폴 호텔을 찾아 점검했다. 김 부장과 박 부위원장이 호텔 야외 수영장 인근에서 미국 측 인원들과 협의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정상회담 중간 또는 종료 이후 산책 등 정상 간 친교 행사 동선을 두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측 의전팀은 지난 16일부터 닷새 연속으로 이곳을 찾은 바 있어 김 위원장의 숙소 또는 북·미 정상회담장일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지난 23일 북한 의전팀이 호텔 내 회의장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담장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위원장 숙소가 멜리아 호텔로, 회담장은 메트로폴 호텔로 결정된다면 북한 측 경호에 상당한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두 호텔 모두 도로 폭이 좁고 혼잡한 하노이 구시가지에 자리 잡고 있어서다. 이 지역은 프랑스 식민지 시대 지어진 4~5층짜리 저층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메트로폴 호텔 앞 도로는 3차선 일방통행로로, 차량 통행량이 많고 불법 주차 차량도 곳곳에 눈에 띈다. 때문에 베트남 당국이 북·미 정상회담 기간 중 이 지역 출입을 전면 통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경호원들은 김 위원장 전용차가 멜리아 호텔에서 메트로폴 호텔까지 약 1㎞를 이동하는 동안 차량 곁에 V자 대형으로 바짝 붙는 철벽 경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미 공군 수송기 C-17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전용차인 ‘비스트(Beast)’ 2대와 경호원 200여명을 싣고 하노이로 들어왔다. 비스트 2대는 트럼프 대통령 숙소로 유력한 JW메리어트 호텔에 주차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노이=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김정은 경호단 100여명 입성… ‘V자 방탄호위’ 재연할까?
입력 2019-02-25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