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화된 미국의 4단계 비핵화 로드맵, 실험중단 지속→신고·사찰→운반체·핵물질 폐기→NPT 재가입

입력 2019-02-25 04:03
사진=AP뉴시스

북·미 협상의 막후 채널이었던 앤드루 김(사진)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북한 비핵화 과정을 정리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했다.

김 전 센터장은 22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핵·미사일 시험의 지속적 중단’에서 출발해 ‘포괄적 신고와 전문가 사찰’ ‘핵무기와 운반체 및 핵물질 폐기’를 거쳐 북한이 2003년 탈퇴한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가입’에 이르는 잠재적 로드맵을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목표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그는 강연 초반부터 미 정부와 무관한 ‘개인적 견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그동안 북·미 실무협상을 총괄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직 CIA 고위간부였던 그가 이런 공개강연에 나선 것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정부를 대신해 북한에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전 센터장은 로드맵과 함께 미국이 북한에 줄 수 있는 상응조치를 경제·정치·외교적 측면의 3대 인센티브로 나눠 공개했다. 경제적 인센티브로는 ‘인도적 지원’ ‘북한 은행의 국제거래 완화’ ‘북한 수출입 제재 완화’ ‘북한 경제구역 내 조인트벤처 (제재) 면제’가 포함된다. 정치적 인센티브로는 ‘여행금지국 해제’ ‘연락사무소 개설’ ‘문화 교류 개시’ ‘김씨 일가 등에 대한 블랙리스트 해제’ ‘테러지원국 지정 철회’가 해당된다. 외교적 인센티브로는 ‘종전선언 서명’ ‘북·미 간 군사협력’ ‘평화협정 체결 및 외교관계 수립’이 제시됐다.

특히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초 평양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내게는 아이들이 있다. 나는 내 아이들이 핵을 지닌 채 평생 살아가길 원치 않는다”고 했던 발언도 공개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발언으로,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으로 평가된다.

이날 공개된 비핵화 로드맵과 상응조치는 사실상 북한과 미국이 검토할 수 있는 조치가 전부 나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의 NPT 복귀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가 맞물려 가는 단계적 과정을 상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북한이 희망하는 대북제재 해제의 경우 “FFVD가 가시권에 노출됐을 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