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기업공개, 풋옵션 가격 합의에 달렸다

입력 2019-02-24 20:06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암초를 만났다. 교보생명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들은 약속한 기한 안에 IPO가 이뤄지지 않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며 ‘중재 신청’을 압박 카드로 꺼냈다. 교보생명은 재무적투자자들이 지난해 행사한 풋옵션(지분을 특정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의 적정가격을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과 재무적투자자들의 갈등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보생명의 상장이 지연되자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지분율 9.05%) 등 재무적투자자들은 신창재 회장과 합의했던 IPO 기한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다. 이들이 가진 지분을 주당 40만9000원에 사달라고 요구했다. 재무적투자자들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입하면서 2015년까지 IPO를 하지 않으면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수 있는 풋옵션을 받았다.

풋옵션 행사에도 투자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자 재무적투자자들은 최근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 신청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풋옵션을 가진 재무적투자자들은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외에 SC PE(5.33%), IMM PE(5.23%) 등이다. 이들의 지분을 모두 더하면 29.34%에 이른다. 만약 재무적투자자 측 손을 들어주는 중재가 내려지면 신 회장은 재무적투자자들의 손실을 메워주기 위해 보유지분 일부를 넘겨야 하거나 재산을 압류 당할 수도 있다.

신 회장은 재무적투자자 설득을 위해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관건은 풋옵션 행사가격을 합의할 수 있을지다. 교보생명은 재무적투자자들이 제시한 주당 가격(40만9000원)이 지나치게 높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도 교보생명이 예정대로 상장할 경우 주당 20만원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재무적투자자들은 2012년 교보생명 지분을 주당 24만5000원에 매입했었다. 협상이 깨지면 교보생명의 IPO는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교보생명은 오는 5월 상장예비심사 청구, 9월 증시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재무적투자자와의 갈등은 상장예비심사에서 결격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양쪽 모두 파국을 원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IPO를 앞둔 교보생명이 더 불리하긴 하지만 재무적투자자들도 결과를 확신하기 어려운 싸움을 벌이는 게 부담이다. 재무적투자자들이 요구한 풋옵션 행사가격이 중재 과정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주에도 신 회장이 재무적투자자들과 만나 협상을 이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음 달까지가 고비가 될 듯하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