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듣는다

입력 2019-02-24 21:27

몇 해 전 KBS 제1FM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레퍼토리는 러시아 출신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의 ‘피아노협주곡 제2번’으로 조사됐다.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곡 중 피아니스트에게 가장 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하기로 유명한 작품은 ‘피아노협주곡 제3번’이다. 연주가 까다로워서 ‘악마의 협주곡’으로도 불린다.

피아니스트 송영민(왼쪽 사진)과 세르게이 타라소프(오른쪽)가 다음달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테크닉의 귀재, 라흐마니노프’ 공연에서 두 곡을 차례로 연주한다.

송영민은 2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러시아에서 공부할 때 시베리아 시골 마을에서 40시간 걸려 모스크바에 도착해 처음 산 음반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이었다.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게 돼 무척 설렌다”고 말했다.

얼마나 연습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영화 ‘샤인(Shine)’을 찍고 있다”며 웃었다.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의 실화를 담은 이 영화에는 밤낮없이 미친 듯 연주에 몰두하는 헬프갓의 모습이 나온다. 초등학교 졸업 후 홀로 러시아로 유학을 떠난 송영민은 예카테린부르크 영재음악학교 졸업 후 독일 데트몰트 국립음대를 졸업했다.

라이프치히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친 그는 2011년 게반트하우스에서 데뷔했다.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건 드라마 ‘밀회’(JTBC)에서 주인공 유아인의 피아노 대역으로 출연하면서다. 스마트폰 앱 ‘클래식매니저’에서 스튜디오콘서트 ‘송영민의 안디무지크’를 진행하는 등 기획 제작 감독까지 넓은 활동 반경을 자랑한다.

계명대 교수로 재직 중인 세르게이 타라소프는 이탈리아 부조니 콩쿠르 등 13개 콩쿠르에서 입상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다. 초청 연주로 해외 체류 중인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라흐마니노프는 내가 좋아하는 작곡가 중 한 사람이고, 역사적으로도 위대한 작곡가이자 연주자다. 그의 피아노협주곡 3번은 가장 어려운 곡으로 꼽히지만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피아노협주곡”이라고 평가했다.

타라소프는 연주 제안을 받았을 때 “아름다운 곡을 좋은 콘서트홀에서 연주하게 돼 매우 기뻤다”고 한다. 그는 “교수와 연주자로서 강의와 연주를 동시에 준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가르치는 일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재미있다”고 했다. 연주는 성기선이 지휘하는 밀레니엄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맡는다. 국민일보와 밀레니엄심포니 오케스트라가 공동 주최하는 공연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