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가 25일 국내 최초로 ‘어르신 공로수당’을 지급한다. 정부 기초연금과의 중복성, 지자체별 형평성 등을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반대하고 있고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중구는 “심각한 노인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이라며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양호 중구청장은 “지난달 어르신 공로수당 접수 신청을 받았는데 99.8%, 사실상 100%에 가까운 신청률을 보였다”면서 “노인 빈곤문제 해결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어르신 공로수당은 만 65세 이상 노인 중 기초연금 대상자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제도다. 서 구청장은 “지방자치법에 보면 지자체에 복지에 대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성남시 청년배당이나 서울시 청년수당처럼 지자체가 자기 형편과 특성에 맞게 복지사업을 해나가는 게 추세”라며 “예정대로 25일 공로수당을 지급하고 복지부 협의는 계속해 나가겠다”고 얘기했다.
복지부는 중구의 어르신 공로수당이 정부의 기초연금과 중복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서 구청장은 “공로수당은 기초연금에 대한 보완적 성격이 있다”며 “국가가 재원 때문에 못 하는 걸 지자체 예산으로 하겠다는 것인데 복지부가 왜 막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기초연금을 도입한 배경이 노인들의 최저생계비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는 50만원(기초생활수급자 1인 생계급여)이다. 그런데 정부 재정여건 때문에 기초연금은 20만원으로 출발했다. 소득 상위 30%는 제외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 기초연금을 25만원으로 상향했고, 임기 내 30만원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30만원을 지급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최저생계비에 못 미친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중구는 어르신 공로수당을 통해 이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중구 내 만 65세 이상 인구 2만1000여명 중 1만3000명이 공로수당을 받는다. 여기에 들어가는 156억원은 전액 구 예산으로 충당한다. 서 구청장은 예산 확보는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중구는 지난해 복지예산 비율이 전체 예산의 28.4%에 불과했다. 서울시 자치구 평균인 48.1%에 비해 현저히 낮다. 반면 중구의 토목·건설 예산은 다른 자치구보다 많다. 올해 어르신 공로수당을 지급해도 중구의 복지예산 비율은 35% 수준이다.”
그는 “과거처럼 토목이나 건축에 예산을 쓸 것이냐, 복지와 사람에 투자할 것이냐가 문제의 본질”이라며 “토목이나 건축사업, 전시성 행사 등을 줄이고 중구의 현안인 노인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르신 공로수당을 두고 ‘현금 복지’ 논란도 제기된다. 지자체들이 현금 살포 방식의 복지정책을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서 구청장은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상황에서 현금으로 준다고 논쟁하는 건 의미가 없어졌다”면서 “현재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현금이든 뭐든 가릴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국가가 기본적인 복지를 제공하고 모자라는 게 있다면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면서 “한국에서는 지자체들이 복지에 보수적인 중앙정부를 견인해온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 구청장은 임기 내에 65세 이상 노인 전체에게 공로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사실상 ‘노인 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중구 어르신 중 60% 정도가 공로수당을 받는다. 전체 어르신들에게 지급하는 데 300억원이 채 안 든다. 300억원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일단 올 연말에 공로수당 성과나 재원 등을 분석해서 내년부터 85세 이상 초고령층에게는 소득분위에 상관없이 기본소득 개념으로 모두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단독 인터뷰] 빈곤노인에 10만원 지급하는 서양호 중구청장 “현금이든 뭐든 가릴 때 아니다”
입력 2019-02-25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