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해서 어떤 남자가 좋아하겠어, 살 좀 빼”… 성희롱입니다

입력 2019-02-26 21:21
곽준호 변호사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률사무소 청 사무실 앞에서 직장내 성희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임용환 드림업 기자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직장 내 성희롱 문제도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의 ‘평등의 전화 상담’ 분석 결과에 의하면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이 5년 사이에 3배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성희롱에 대해 참고 숨기기 급급해 해결이 미흡했으나 최근 미투 운동을 계기로 이러한 행태를 더 이상 묵인하지 않고 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됨에 따라 관련 법령과 조치 사항들이 구체화 되고 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판단 및 그 대처 방안들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이란 무엇인가.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이는 동법 제12조에 의해 금지돼 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의 피해자는 누구인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피해자를 다른 근로자로 한정하고 있습니다(‘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및 제12조). 일반적으로 여성 근로자가 대부분이지만, 남성의 경우에도 성희롱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근로자에는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 파트타임 등 비정규직 근로자도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모집·채용 과정에 있는 구직자도 포함됩니다. 또한 업무에 연속성이 있고 같은 근로공간에서 근무하는 경우라면 협력업체 근로자도 피해자가 될 수 있고, 퇴직한 경우에도 행위 당시 근로자인 경우에는 성희롱 피해자에 해당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의 유형 및 판단기준.

사회 통념상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언어나 행동은 성희롱에 해당될 수 있겠지만 그 유형을 크게 ①육체적 성희롱 행위 ②언어적·정신적 성희롱 행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육체적 성희롱 행위는 누구나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데 안마를 해준다며 어깨를 만지는 행위, 업무를 보고 있는데 의자를 끌어와 몸을 밀착시키는 행위 등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 언어적·정신적 성희롱 행위는 상대의 의사와 상관없이 음란한 말을 하거나 외형에 대한 성적인 평가를 하거나 성적인 사생활을 묻고 소문을 퍼뜨리는 등의 행위를 말하는데, 이 유형이 가장 빈번하고 또 피해자가 기분은 나쁜데 성희롱인지 판단하기 모호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딱 붙은 옷 입으니까 섹시하고 보기 좋은데? 항상 그렇게 입고 다녀. 회사 다닐 맛 난다” “여자가 그렇게 뚱뚱해서 어떤 남자가 좋아하겠어? 살을 좀 빼” “어제 또 야동 봤지?” “남자는 허벅지가 튼실해야 하는데, 좀 부실하다” “운동하고 왔어? 어깨 한번 만져보고 싶다” “넌 말라서 하나도 안 섹시하다” 등 사례가 매우 많습니다.

이 외에도 컴퓨터 모니터로 야한 사진을 보여주거나 바탕화면에 깔아놓아 상대의 의사와 상관없이 인지할 수 있게 하는 행위, 음란한 시선으로 상대를 빤히 쳐다보는 행위, 원하지 않는 만남을 강요하거나 거래처 접대 회식에 참석을 종용하는 행위 등도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요즘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단체 채팅방을 많이 이용하는데 야한 사진이나 농담 시리즈를 전송하는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조치 사항 및 대처 방안.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선 성희롱 행위를 비롯해 차별행위를 받으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위원회)에 진정(‘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 제1항)할 수 있게 하고 위원회가 조사(제36조 제1항), 당사자에게 합의 권고(제40조), 조정 및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제42조). 또한 성희롱이 일어났다고 판단할 때 위원회는 피진정인, 그 소속기관·단체 또는 감독기관의 장에게 구제조치를 권고할 수 있으며, 고발, 징계권고, 긴급구제조치의 권고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은 피해 근로자가 속해 있는 사업의 사업주, 상급자, 근로자 사이에 일어나는 성희롱에 대해 적용되며, 사업주의 성희롱 금지, 예방, 행위자 조치, 피해자 보호 의무, 의무 위반 시 과태료, 벌칙 등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습니다(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39조 제1항,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2조 제1항 및 별표 제1호).

특히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의 예방 및 처리에 관한 모든 책임을 사업주에게 지우고 있는바 사업주는 근로자에 대해 기본적으로 안전한 근로 환경을 제공해야 할 안전배려의무가 있으므로 이런 측면에서도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할 책임을 부담합니다. 판례는 성희롱 행위자뿐 아니라 사업주에 대해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제750조), 행위자의 성희롱 행위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책임(제756조)을 인정하기도 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인권침해이고 법률에서 금지하는 행위로, 근로자의 근로 환경 및 근로의욕을 저하해 직장을 그만두게 하며 근로자에게는 심각한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일으킵니다. 필요한 경우 고용노동부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방법, 신체적으로 강제추행이 있을 경우에는 형사고소, 민사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인 구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청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