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예배 365-2월 26일] 나의 빌레몬서는 있는가

입력 2019-02-26 00:03

찬송 : ‘아버지여 나의 맘을’ 424장(통 216장)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빌레몬서 1장 1~25절


말씀 : 빌레몬서는 사도 바울이 노년에 감옥에서 쓴 편지입니다. 편지를 쓴 배경이 있습니다. 노예 출신인 오네시모가 주인집에서 도망했다가 사도 바울을 만나 회개하고 예수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오네시모의 주인이 빌레몬인데 빌레몬은 사도 바울이 전도한 사람이고, 골로새교회의 설립자입니다. 당시 도망한 노예는 붙잡히면 주인이 죽여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빌레몬에게 오네시모를 죽이지 말고 믿는 형제로 받아달라는 부탁을 하려고 편지를 쓴 것입니다.

빌레몬서는 달랑 1장으로 되어 있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깊은 내용이 숨겨져 있습니다. 바울은 빌레몬에게 오네시모를 형제로 받아주라는 부탁을 하되 일방적인 명령으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간곡한 말로 사정하고 있습니다. 바울이 사도의 권위로 강력히 요구할 수도 있었지만 바울은 부드럽고 온화한 말로 설득하고 있습니다.(8~9절)

바울은 빌레몬을 ‘형제’(7절과 20절)라고 부릅니다. 신앙의 서열로 따지자면 바울은 빌레몬보다 까마득한 선배요 스승이지만 바울은 자신을 한껏 낮추어서 빌레몬과 동등한 형제라고 자처하고 있습니다. 바울의 겸손함이 배어 나오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바울은 빌레몬에게 오네시모를 종으로 여기지 말고 형제로 받아달라고 부탁합니다.(16절) ‘나도 너를 형제로 인정해 주었으니 너도 오네시모를 형제로 인정해 달라’는 것입니다. 또한 바울은 빌레몬으로 말미암아 성도들의 마음이 평안함을 얻게 되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7절) 그런 다음에 빌레몬에게 ‘나의 마음도 평안하게 해 달라’고 당부합니다.(20절) 빙 돌려서 외곽을 치는 바울의 말솜씨가 여간 노련한 게 아닙니다.

또 하나, 오네시모가 빌레몬에게 물질적인 손해를 끼쳤다는 사실을 알고는 바울이 그 빚을 모두 갚아주겠노라고 친필을 써서 약속합니다. 죄는 막둥이가 짓고 벼락은 샌님이 맞는다더니 빚은 오네시모가 짓고 빚을 갚는 일은 엉뚱하게도 바울이 맡았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예전의 바울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바울의 놀라운 변모는 어디에서 유래된 것일까요. 9절에서 바울은 자신을 ‘나이가 많은 나 바울’이라고 부릅니다.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던 젊은 시절에 예수님을 만난 바울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세월의 강물이 바울의 모난 성품을 한없이 부드럽게 다듬어 주었습니다. 복음의 최전선에서 한 치의 양보와 타협도 없이 적대자들과 치열한 대결을 벌이던 젊은 바울의 모습은 세월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세월이 큰 스승입니다. 신앙과 연륜이 만나면 찬란한 빛을 뿜어냅니다. 신앙에 연륜이 합해지면 얼마나 아름다운 보석이 되는가를 바울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빌레몬서가 없었다면 우리는 맘 좋은 동네 아저씨처럼 겸손하고 온화한 바울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빌레몬서는 나이든 바울의 아름다운 초상화입니다. 빌레몬서를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게도 빌레몬서가 있는가?’

기도 : 온유의 하나님, 저의 심령을 다스려 주셔서 전보다 더 겸손하게 하시고, 전보다 더 온화하게 하시고, 전보다 더 너그럽게 하여 주옵소서. 신앙에 연륜이 합해져 아름다운 보석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주기도문

오종윤 목사 (군산 대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