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충남 홍성군 결성면 복지회관에서는 어린이들이 키운 돼지들이 등장한 이색적인 경매가 진행됐다. 결성초등학교 학생들이 ‘수업 연계’ 과목인 ‘돼지와 경제’를 수강하며 직접 돌본 돼지 8마리를 선보인 것이다. 사육은 물론, 유통 과정까지 습득한 학생들은 돼지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경매에서 이들 돼지는 최저가 64만 원, 최고가 76만 원에 낙찰됐다. 수익금은 학생들이 돼지와 사료를 사면서 대출 받은 가상화폐를 갚는 데 쓰였고, 일부는 장학금으로 돌아갔다. 체험을 기획한 농장 운영자는 “아이들이 손익계산을 하며 경제관념을 익혔다”며 “수의사 등 주민이 참여해 수업이 결실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최근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마을 공동체 교육이 기존 진로교육의 한계를 감싸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진로교육은 “진로에 크게 도움이 되질 않는다”, “원하는 체험처를 찾기 힘들다”는 학생들의 불만을 감수해야 했다.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박람회, 직업을 소개하는 수준에 그치는 견학 등을 통해서는 학생들의 발현 과정이 나타날 수 없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송은주 교육부 진로교육정책과장은 “교육활동의 내용이나 질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결국 진로교육은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며 “현재 전국 225개 진로체험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참여사업을 전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마을 공동체 교육은 학교뿐 아니라 지역 주민이 나서 자신의 일터나 경험을 공유하며 진로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자유학기제 도입 이후 진로교육의 범위도 학교를 벗어나 확장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커진 가운데 삶의 모델을 지역에서 발굴해보자는 움직임이 구체화 된 것이다. 송애경 충남 보령시 진로체험지원센터 담당자는 “학교와 체험처들이 서로 협의회를 꾸리고 문제점을 상의하면서 프로그램의 내실이 달라졌다”며 “전문성을 보다 가미하면서 학생들의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를 바탕에 둔 진로교육의 강점으로 지속가능한 안정성을 꼽았다. 한두 시간에 그치는 교육에 머물지 않고 꾸준히 소통이 가능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실질적인 ‘취업 길잡이’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김태옥 홍성군 평생교육팀장은 “마을학교 프로그램으로 동네 사진관에서 기술을 접했던 학생이 졸업 후 타지로 떠나지 않고 사진관에 남아 더 배우면서 사진작가로 진로를 결정한 사례 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원활한 교육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입장을 염두에 두고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김현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기획조정본부장은 “체험처를 발굴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체험처 관계자들 간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라면서 “당사자들이 애로사항이나 정보를 나누는 모임 자체가 교육 효과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김성일쿠키뉴스 기자 ivemic@kukinews.com
“지역공동체 활동이 진로교육에 효과”
입력 2019-02-24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