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한 조성길 前 대사대리 17살 딸 북한으로 송환됐다

입력 2019-02-22 00:09

이탈리아 외교부가 지난해 11월 잠적한 조성길 전 주(駐)이탈리아 북한대사대리의 딸이 북한으로 송환됐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하지만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송환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이탈리아 정가에서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마테오 살비니(사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21일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선을 긋고 나섰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북한 측은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조부모와 함께 있기 위해 북한에 되돌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으며, 대사관의 여성 직원들과 동행해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조 전 대사대리의 잠적 소식이 외부로 처음 공개된 지난달 초 그가 이탈리아에 망명을 신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후 침묵을 지켜왔다. 하지만 언론에서 17세인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강제로 송환됐을 가능성을 제기하자 이탈리아 정계와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일자 해명을 내놓은 것이다.

집권 연정의 한 축인 ‘오성운동’ 소속 하원의원인 만리오 디 스테파노 외교차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전례 없는 엄중한 일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탈리아는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을 보호했어야 했다”며 “그의 딸이 세계 최악의 정권 가운데 하나로부터 고문을 당하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성운동 측은 살비니 부총리에게 이 문제에 대해 의회에 보고하라고 촉구했다. 자칫 이번 사태가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정을 구성하는 두 정당 사이에 갈등 요소로도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살비니 부총리는 라디오에서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공항에서 출국하는 장면에 특별히 미심쩍은 부분은 없었다”며 의회 참석 요구를 일축했다. 북한과 친한 인물로 여겨지는 안토니오 라치 전 상원의원은 “조성길 부부가 미성년 딸을 혼자 버려두고 자취를 감췄고, 새로 부임한 대사대리가 이에 따라 그의 딸을 평양으로 돌려보내기로 상식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