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2위 SK브로드밴드가 6위 티브로드와 합병한다. 지난 14일 경쟁업체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공식화하며 유료방송 2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자 일주일만에 반격에 나선 것이다. 유료방송 7위 딜라이브도 시장 매물로 나와 있는 상황이라 유료방송 1~3위를 차지하기 위한 ‘유료방송 빅뱅’은 막판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SK브로드밴드의 지주사 SK텔레콤은 티브로드의 지주사 태광산업과 양사 유료방송 자회사 합병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6개월 평균 가입자 447만여명(13.97%)의 IPTV(인터넷TV) 업체 SK브로드밴드와 315만여명(9.86%)의 케이블TV 업체 티브로드를 합치겠다는 뜻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전체 가입자 762만여명(23.84%)의 ‘SK텔레콤군’ 유료방송이 탄생한다.
정부의 인수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LG유플러스군’(781만여명, 24.43%)의 뒤를 바짝 뒤쫓는다. 오랫동안 유료방송 1위를 지켜온 ‘KT군’(986만여명, 30.85%)의 자리도 노릴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과 태광산업은 구체적인 거래 조건을 협의해 본계약을 체결한 뒤 관련 기관 인허가가 완료되면 통합법인을 출범할 계획이다. 단 구체적인 계약 조건과 합병 일정을 공개하진 않았다. 또한 합병을 하더라도 IPTV와 케이블TV는 별도 사업으로 운영한다.
SK텔레콤군은 늘어난 가입자 수를 앞세워 홈쇼핑업계와의 ‘플랫폼 수수료(송출수수료)’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수수료는 가입자 이용료와 함께 유료방송의 주요 수익원이다. SK텔레콤은 자사 무선통신과 케이블TV 상품을 묶어 판매하는 동등결합 상품으로 무선가입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대형 유료방송 합병 시도는 2015년 CJ헬로비전(현 CJ헬로) 인수 시도 후 4년 만이다.
당시 SK텔레콤은 KT군을 따라잡기 위해 CJ헬로비전 합병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유료방송 독과점 우려’를 내비치며 인수를 불허해 거래가 무산됐다.
하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유료방송 합병과 관련해 ‘과거와는 다른 판단이 가능하다’고 언급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곧바로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발표하면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협상도 급물살을 탔다.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에 뺏긴 유료방송 2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케이블TV 업체 딜라이브 인수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채권단이 매각을 추진 중인 딜라이브는 가입자 206만여명으로 점유율 6.45%를 차지하고 있어 최종 유료방송 1~3위를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꼽힌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유료방송 2위 SK브로드밴드, 6위 티브로드 품는다
입력 2019-02-21 21:39 수정 2019-02-22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