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한국을 국빈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났다. 양 정상은 올해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마하트마 간디 탄생 150주년을 맞아 평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22일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인도의 신동방정책을 조화롭게 추진하는 방안을 비롯한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모디 총리의 방한은 2015년 이후 4년 만으로, 지난해 7월 문 대통령의 인도 국빈방문에 대한 답방 차원이다. 문 대통령은 21일 모디 총리와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간디 흉상 제막식에 참석했다. 간디 흉상은 인도 정부가 탄생 150주년을 맞은 간디를 기리는 의미로 기증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올해는 한국에도 뜻깊은 해다. 최근에는 한반도 평화에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라는 간디의 가르침은 한국인의 가슴에도 영원히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간디의 위대한 정신이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으로 실현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제막식에는 인도 정부가 구성한 ‘간디 탄생 15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위원을 맡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모디 총리는 제막식이 끝나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더불어민주당 원혜영·송영길·민홍철 의원 등을 만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오후 6시50분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이동해 야경을 관람했다. 가야의 김수로왕과 고대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로 알려진 허황후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도 시청했다. 모디 총리는 평소 한국의 경제발전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를 감안해 문 대통령이 한국의 발전상을 보여줄 수 있는 일정을 선택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양 정상은 롯데월드타워에서 만찬을 함께했다. 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청와대 외부에서 친교 만찬을 한 것은 처음이다. 만찬은 채식주의자인 모디 총리의 식성에 맞춰 갓옹심이와 우엉잡채, 버섯구이, 냉이토장국 등이 테이블에 올랐다.
한·인도 정상은 22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경제와 평화 분야에 대해 협의한다. 인프라, 과학기술, 우주, 방산 등이 주요 협력 분야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은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인도 측의 전폭적 지지를 재확인하고, 한반도를 넘어 국제사회의 평화·번영을 위한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정상회담 후 양해각서 서명식에 참석한 뒤 국빈 오찬을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등 인도에 투자한 국내 기업 총수들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문 대통령의 인도 방문 당시 삼성전자 인도 신공장 준공식에서 모디 총리를 만난 바 있다.
모디 총리는 21일 ‘한-인도 비즈니스 심포지엄’에도 참석해 “경제성장에 있어서 한국은 인도의 롤 모델”이라며 “더 많은 한국 재계 지도자들이 인도에 관심을 기울여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속담을 한국어로 말하면서 “한국을 진정한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김준엽 기자 foryou@kmib.co.kr
문 대통령, ‘모던 한국’ 자랑 위해 모디 총리 데려간 곳은
입력 2019-02-21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