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직원들은 방문객들이 자동차를 살펴볼 때 문의하시기 전엔 절대 말을 걸지 않습니다. 쇼핑할 때 점원이 자꾸 이런 옷 저런 옷 입으라고 권하면 부담스러우시죠?”
BMW 드라이빙 센터 여기저기를 소개하던 장성택 센터장이 말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차에 호기심을 채우며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곳. 지난 14일 찾아간 센터는 어른을 위한, 또 아이를 위한 놀이터이자 배움터였다.
BMW 그룹은 지난 2014년 8월 인천 영종도에 아시아 지역 최초의 드라이빙 센터를 열었다. 총 24만 ㎡의 센터는 축구장 33개와 비슷한 규모다. 국내 자동차 문화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770억원의 투자금을 쏟아부어 1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장 센터장은 “매년 적자를 이어간다. 수익을 내려고 만든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센터 방문객 수는 지난해 75만명을 넘어섰다.
1층 전시장엔 BMW의 역사를 보여주는 자동차와 바이크들이 주욱 늘어서 있었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넘은 BMW 자동차의 1955년도 모델 ‘이세타’가 눈길을 끌었다. 주말엔 장 센터장이 이세타를 타고 센터를 누비며 방문객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면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다.
센터는 ‘운전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한다는 기본적인 목표를 갖고 있지만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을 추구한다. 주행트랙과 브랜드 체험을 위한 전시장이 결합된 형태다. 이벤트 홀과 롤스로이스 모터카 스튜디오, 트랙의 전체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조이 워크’, 레스토랑도 갖추고 있다.
운전의 즐거움은 2.6㎞ 길이의 트랙과 오프로드 코스에서 느낄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은 운전자의 수준에 따라 ‘챌린지 A’ ‘어드밴스트’ ‘M 드리프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장 센터장은 “코스에서 직접 운전해볼 수도 있지만 레이서가 운전하는 차량에 타고 ‘드라이빙의 끝’을 맛보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기본적인 주행연습으로 구성된 ‘챌린지 A’를 체험했다. 안전사항과 코스에 대한 기본교육을 받은 뒤 인스트럭터의 무전 지시를 받으며 가속과 제동, 코너링 등을 경험하는 것이다. 차량에 탑승하면 우선 기본적인 시트 포지션 설정부터 다시 배운다. 담당 인스트럭터는 “사고 시 운전자의 목을 보호하기 위해선 헤드레스트의 높이를 반드시 맞추고 머리와 헤드레스트 간 적정 공간을 둬야 하는데 제대로 맞추는 운전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스티어링 휠 잡는 법도 마찬가지다.
BMW 고객이 아니어도 누구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주차는 무료다. 2층에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인 ‘주니어 캠퍼스’가 있다. 어린이들에게 자동차 디자인과 기술에 적용되는 과학원리를 가르치고 흥미를 자극시키는 곳이다. 아이들은 자동차 모형도 직접 만들어보면서 창의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어린이 전용 트랙에서 직접 운전해보고 도로교통 안전 교육을 받는 ‘키즈 드라이빙 스쿨’은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센터는 가족이 방문해도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공간이다.
센터에선 특별한 서비스도 제공된다. 바로 ‘오토모빌 딜리버리 서비스’다. BMW 차량을 특별한 방식으로 인도받는 것이다. 고객은 아늑한 응접실과 연결된 특별한 차고에서 가족과 함께 차량 언베일링 세리모니를 경험하고, 직접 번호판을 부착할 수도 있다. 차고엔 트랙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어 차량을 전달받자마자 트랙을 직접 달려볼 수 있다. 물론 유료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자동차 문화 배움터, 어른·아이 모두의 호기심 자극한다
입력 2019-02-25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