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 가능나이(가동연한)의 연장은 보험산업에 상당한 파장을 미친다. 보험 가입자는 더 많은 보험금을 탈 수 있다. 보험금 산정 기준이 되는 가동연한이 늘면 사고를 당했을 때 받을 보험금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대신 평소 내야 하는 보험료 인상을 불러온다. 특히 자동차보험과 각종 배상책임보험은 최소 1.2% 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추산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1일 내린 판결의 요지는 손해를 배상할 때 기준점을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로 목숨을 잃었거나 노동능력을 상실했을 때 65세까지 육체노동을 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손해배상액을 계산하라는 취지다.
이번 판결로 손해보험업계는 보험료 인상 압박을 받게 됐다. 가동연한은 자동차보험(대인배상, 무보험차상해)과 각종 배상책임보험의 보험금을 산정할 때 사용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은 피해자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경제활동으로 얻을 수 있었을 수입(일실이익)을 계산할 때 60세를 정년으로 간주해 왔다. 가동연한이 5년 연장되면 그만큼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만 35세인 일용근로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현재는 상실수익액(피해자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경제활동으로 얻을 수 있었을 수입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으로 2억7700만원을 준다. 하지만 가동연한이 늘면 보험금이 3억200만원으로 증가한다. 교통사고로 다친 만 62세 일용근로자의 경우 지금은 휴업손해에 따른 보험금을 받지 못하지만, 가동연한이 늘면 14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보험개발원은 이렇게 늘어나는 금액이 12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보험료로 따지면 최소 1.2%의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셈이다.
각종 사고에 따른 보험금 지급 규모도 확대될 전망이다. 배상책임보험은 개인의 일상생활이나 기업 경영활동 중 사고로 다른 사람의 신체·재물에 손해를 입혔을 때 배상책임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대부분이 자동차보험의 손해액 산정 기준을 적용해 왔기 때문에 가동연한이 연장되면 배상책임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보험연구원 황현아 연구위원은 “화재배상책임, 생산물배상책임 등 다양한 배상책임 관련 보험상품의 보험금 지급액과 보험료 조정 압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대법원 판결에 따라 보험료가 바로 오를 가능성은 낮다. 보험금 지급기준의 가동연한을 65세로 수정하려면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을 거쳐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약관이 바뀌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보험료 인상이) 나타날 듯싶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업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가동일수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실이익을 계산할 때 한 달 중 일할 수 있는 날의 수인 ‘월 가동일수’를 반영하는데, 현재 대법원 판례는 이를 22일로 본다. 손해보험업계는 2017년 기준 월평균 근로일수가 건설업의 경우 17.6일(임시일용직 14.4일)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65세 연장’ 보험료 1.2% 더 내고 보험금 1250억 더 받는다
입력 2019-02-21 19:16 수정 2019-02-21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