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성 지지자들로 골머리를 앓아온 자유한국당이 21일 처음으로 태극기 부대의 소란 없이 조용한 합동연설회를 치렀다. 앞서 두 차례 합동연설회에서 일부 지지자와 후보들의 거친 언행으로 당의 이미지가 추락하자 지도부가 적극 단속에 나섰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들 정견 발표 전에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밖에서 우리 당 걱정을 많이 한다. 전대가 야유와 과도한 발언이 넘쳐 엉망이 돼 가고 있다고 한다”며 “이게 우리 당의 모습이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하고 싶은 얘기, 욕하고 싶은 게 수없이 많겠지만 때와 장소가 있다”면서 “야유와 지나친 소리는 당의 지극히 작은 일부일 뿐이고, 당의 진정한 주인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줘 국민에게 우리를 믿고 지지하도록 만들자”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 발언에 일부 당원들이 호응했다. 박관용 선거관리위원장도 연단에 올라 “대의원들이 과격한 언동을 삼가야 당의 품위가 산다”며 자제를 호소했다.
한국당은 태극기 부대의 소란을 막기 위해 합동연설회 식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했다. 부산·울산·경남·제주의 각 지역 당원협의회에서 추린 핵심 당원과 당직자의 좌석을 무대 앞쪽에 배치하고, 일반 당원 자리는 무대에서 먼 곳으로 배치했다. 이전 합동연설회에서는 볼 수 없던 좌석 배치였다.
행사 시작 전부터 벡스코 앞에 모인 각 후보 지지자들도 열띤 응원전을 펼치면서도 서로를 향해 막말과 고성은 내뱉지 않았다. 태극기 세력 다수의 지지를 받는 김진태 당대표 후보는 “저를 지지해주는 분들이 저 말고 다른 후보들에게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합동연설회에서 태극기 부대의 야유를 받았던 오세훈 당대표 후보와 조대원 최고위원 후보도 야유 없이 연설을 마쳤다. 조 후보는 “한국당 최고위원 후보 자격으로 지난 군사정권 시절 서슬 퍼렇던 권력자들에게 맞서다 매 맞고 가정이 풍비박산난 분들에게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저딴 게 대통령’ 등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막말로 논란을 빚은 김준교 청년 최고위원 후보도 “그동안 과격한 언행으로 전대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공개 사과했다. 다만 전대 의장을 맡은 한선교 의원은 “문 대통령은 스스로 탄핵의 길로 한발 한발 걸어가고 있다. 우리 청년 최고위원 후보가 ‘문재인을 탄핵해야 한다’ 발언을 했다고 해서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종선 이형민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
‘태극기 자제령’… 달라진 한국당 합동연설회
입력 2019-02-21 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