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대표적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사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목전인 이번 주말 한국을 방문한다. 2차 회담에서 다뤄질 대북 제재 해제 및 남북 경제협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미 CNN방송은 20일(현지시간) “볼턴 보좌관이 2차 정상회담에 앞서 관련 협의차 방한한다”며 “이번 방한은 미 관료들이 정상회담의 세부사항을 타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라고 복수의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이 방한한다면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첫 방문이 된다.
볼턴 보좌관은 방한 때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0일 “2차 정상회담과 관련해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이 긴밀히 정보를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볼턴 보좌관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다룰 북한의 비핵화 조치 및 미국의 상응조치 등 핵심 의제에 대한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비롯한 경협 사업을 북·미 핵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라고 주문한 것과 관련해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들고 왔을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북 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이를 위한 북한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해온 문 대통령은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 면담을 통해 막판 중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견고한 한·미 공조를 부각하면서도 철도·도로 연결과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가동 재개 등 남북 경협 추진을 위한 제재 완화에 각별한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대북 제재의 틀 안에서 경협을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미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
볼턴 보좌관은 여전히 북·미 대화의 성공 가능성에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볼턴 보좌관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나치게 합의를 열망하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안달해 왔고, 여전히 협상이 실패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최근까지도 계속 북·미 협상을 비판해 왔고, 비건 대표의 접근법에 대해서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직접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남북 관계 진전에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한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이 볼턴 보좌관의 방한으로 이어지게 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우리 측 북핵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조만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비건 대표와 만나 협상 전략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최승욱 권지혜 기자 applesu@kmib.co.kr
매파 볼턴, 2차 북미정상회담 직전에 정의용 만나는 이유
입력 2019-02-2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