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1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처음으로 회동했다. 양측이 실무협상 첫날 대면한 시간은 4시간30분이었다.
김 특별대표 일행은 오후 1시30분쯤(현지시간) 시내의 파크 하노이 호텔로 이동해 곧바로 4층 협상장으로 올라가 비건 특별대표와 만났다. 양측은 오후 6시까지 협상을 이어갔다. 6시쯤 김 특별대표가 호텔을 빠져나왔고, 비건 특별대표도 비슷한 시각 호텔 주차장에서 목격됐다.
실무협상 도중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이 협상장을 떠났다가 복귀하기도 했다. 미국팀의 제안을 상부에 보고하고 훈령을 받고 돌아온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 양측 실무협상팀은 지난해 6월 1차 정상회담 당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를 넘어선 구체적인 조치를 선언문에 담기 위해 27~28일 2차 정상회담 직전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비건 대표가 지난 6~8일 평양을 방문해 1차 실무협상을 한 이후 2주 만이다. 다만 당시 협상은 북·미 양측이 각자 요구사항을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자리였을 뿐 서로 무엇을 주고받을지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대표는 평양에서 돌아온 이후 “당시 접촉이 협상은 아니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 추가 조치를 계속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미 양측은 영변 핵시설 중에서 어떤 시설을 폐기 대상으로 삼을지,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 사찰 등 검증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샅바싸움을 할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지난달 미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영변 핵시설을 ‘플루토늄 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이라고 구체화한 바 있다. 북한은 1992년 영변 핵시설 내 원자로와 플루토늄 재처리시설을 포함한 신고서를 IAEA에 제출한 적이 있지만 우라늄 농축시설은 드러난 정보가 거의 없다. 북·미 정상이 영변 핵시설 내 플루토늄 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외부 전문가 입회 하에 폐기한다는 데 합의하더라도 역사상 가장 진전된 북핵 합의로 평가할 수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김혁철-비건, 하노이 첫 회동… 파크 하노이호텔서 4시간30분 실무협상
입력 2019-02-21 19:54 수정 2019-02-22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