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격차가 최대로 벌어졌다. 지난해 4분기에 고소득층이 월평균 932만4300원을 버는 동안 저소득층은 123만8200원을 손에 쥐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일자리 재난과 경기침체의 파고를 ‘소득주도성장’이 넘지 못했다. 정부는 1년간 아동수당, 기초연금, 실업급여 등으로 저소득층에 직접 현금을 줬다.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나랏돈을 푼 것이다. 물론 효과도 있었다. 빈곤층은 월 소득의 36%인 약 44만원을 정부로부터 보조받았다. 하지만 정책 효과는 제조업 경기침체, 자영업 위기 등으로 곤두박질친 시장을 이기지 못했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47로 집계됐다. 4분기를 기준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컸다.
소득 양극화의 원인은 제조업 위기에 따른 일자리 실종, 자영업 구조조정에 있다. 취약계층부터 갉아먹고 있는 일자리 충격은 근로소득 급감으로 이어졌다. 평균 2.38명이 함께 사는 저소득층(소득 하위 20%) 가구에서 취업자는 평균 0.64명에 불과했다. 가구의 근로소득은 1년 새 36.8%나 감소했다. 이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일자리가 없어 자영업으로 발길을 돌린 이들의 처지도 다르지 않았다.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은 13분기 만에 처음 줄었다.
특히 자영업 침체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가리지 않았다. 2분위(소득 하위 40%)의 사업소득은 1년 새 18.7% 감소했는데, 이 계층에서 자영업자 비중은 5% 포인트 줄었다. 폐업으로 자영업에서 무직으로 돌아간 사람이 늘었다. 2분위 계층의 자영업자들은 사업 부진으로 소득이 1분위까지 미끄러지기도 했다. 지난해 4분기 1분위 가구 가운데 가구주가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 또는 무직인 가구의 비중이 71.5%까지 껑충 뛴 이유다. 중산층 이상인 4분위(소득 상위 40%)의 사업소득 증가폭도 2.6%로 전 분기(18.8%) 대비 상승세가 꺾였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극심한 양극화를 막기 위해 안감힘을 썼다. 정부가 주는 돈인 공적이전소득(공적연금, 기초연금, 사회수혜금, 세금환급금)은 전년 대비 28.9% 증가했다. 정부 보조가 가장 필요한 1, 2분위의 경우 각각 월평균 44만2600원, 43만8500원을 받았다. 월 소득의 16~36%가량을 정부 보조금이 차지한 것이다. 기초연금은 1분위에, 아동수당은 아이가 많은 3~4분위에, 공적연금은 5분위에 도움이 됐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기초연금을 인상했는데, 이에 따라 1분위 월 소득 123만8200원 중 16만5500원은 기초연금이었다.
현금성 복지 투입은 효과를 봤다. 통계청에 따르면 공적이전소득을 반영하지 않은 소득격차(균등화 소득 5분위 배율)는 지난해 4분기 무려 9.32배를 기록했다. 정부의 공적이전소득이 소득격차를 좁혀 5.47배까지 낮춘 것이다. 공적이전소득은 지난해부터 양극화 격차를 2~3배 계속 좁히고 있다. 다만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추락하는 시장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정부가 돈을 쏟아부었는데도 지난해 말 소득 양극화 수준은 역대 최고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정부의 정책 효과는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상황 악화가 정부의 소득분배 개선정책 효과를 웃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소득 양극화 최악… 경기침체에 약발 안 먹힌 소득주도성장
입력 2019-02-22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