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회담은 징검다리’ 2차 시작 전에 3차 카드 꺼낸 트럼프

입력 2019-02-22 04:03
사진=AP뉴시스
김혁철(왼쪽)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실장이 21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 게스트하우스(영빈관)를 나서고 있다. 김 대표 일행은 이날 하노이 소재 한 호텔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나 지난 6~8일 평양 회동 이후 첫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김 대표와 비건 대표는 북·미 정상이 회담 마지막날인 28일 발표할 선언문 작성을 위해 막판까지 치열한 협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마지막 만남(last meeting)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1차 회담을) 매우 좋은 만남으로 시작했다”면서 “우리는 이것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시작하기도 전에 3차 회담을 포함한 추가 만남을 거론하고 나섰다.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비핵화의 단계적 접근으로 방향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하노이 정상회담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에 만족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북·미)는 많은 진전을 이뤄냈다”면서 “그것은 이번 회동이 마지막 만남이 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마지막 만남이 아닐 것’이라는 의미의 발언을 두 번이나 했다. 그는 “우리는 논의할 주제들이 있으며 그 논의는 매우 생산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추가 만남을 거론한 데 대해 미국이 장기전 모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트럼프 행정부가 절감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비핵화 빅딜’이라는 일괄 타결 방식을 버리고, 로드맵에 따라 단계별로 북한의 조치를 이끌어내면서 종국에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단계적 접근법을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가시적 성과가 없을 경우 미국 내에서 제기될 역풍을 우려해 기대치 하향 조정 목적으로 추가 회동을 거론했다는 주장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도 대북 제재를 풀어주고 싶다”면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북한)이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북한의 액션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제재 해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전향적인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제재 완화를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하면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뛰어넘는 ‘플러스 알파’를 유도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낙관론도 이어갔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꺼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그들이 무언가를 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일부러 기대치를 낮추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진행되는 회담의 내용, 단계 등을 봤을 때 상황을 자연스럽게 설명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핵화라는 게 TV 코드 뽑듯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제법 긴 시간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할 내용이기 때문에 단계별로 후속 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강준구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