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뒤엔 극한 이득 있다

입력 2019-02-24 17:38

영화 ‘극한직업(사진)’이 흥행하면서 투자자인 IBK기업은행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극한직업’은 마약사범을 잡으려는 형사들이 치킨가게를 열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다룬 영화다. 기업은행은 일찍이 성공을 예감한 작품에 투자해 관련 업계에서 ‘큰손’으로 불린다. 영화 ‘베테랑’과 ‘명량’이 그 예다. 기업은행은 올해 ‘천만 영화’ 한 편을 추가하며 새해 문화 콘텐츠 투자 사업의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은행들이 문화 콘텐츠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 콘텐츠 산업은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창의적인 인재가 풍부한 국내에 최적화된 산업으로 평가 받는다. 또한 은행권에서는 예대 마진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수익원 발굴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기업은행은 문화 콘텐츠 산업을 국내 핵심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민간투자 활성화와 국책은행으로서 역할을 도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12년 업계 최초로 전담 조직을 꾸렸다.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팀은 시나리오를 받으면 작품성과 대중성·감독과 배우 역량·개봉시기·경쟁작·시장반응 등을 항목별로 나눠 논의를 거치고 외부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투자여부를 판단한다. 이 단계를 거친 작품이 30편이상이다. 지난해 주요 개봉작에 투자된 금액은 모두 43억 원이다. 이중 ‘신과 함께’ 시리즈는 한국 영화사상 최초 1, 2편 모두 천만 관객을 달성했다.

관객몰이를 할수록 제작자와 출연배우는 물론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커진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극한직업’은 손익분기점 보다 6배가량 많은 관객을 동원해 상당한 수익을 안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 영화에 7억9000만 원을 투자했다. 총 제작비 65억 원 중 1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기업은행 외에도 수출입은행이 ‘신과 함께’ 제작비를 지원해 흥행 수혜자 반열에 올랐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문화 콘텐츠 산업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은행은 2017년 벤처캐피탈과 손잡고 120억원 규모 한국영화 전문 투자펀드를 결성했다. 투자자들은 오는 2021년까지 한국영화 100여 편에 600억 원 가량을 투자한다. 신한은행은 이보다 1년 먼저 벤처캐피털과 함께 문화콘텐츠 투자조합을 출범했다.

그러나 문화 콘텐츠 산업은 성공여부를 짐작하기 어려운 ‘고위험 산업군’으로 분류된다. 리스크가 따라다닌다는 의미다. 기업은행이 손댄 작품이라고 해서 성공만 한 건 아니다. 지난 2014년부터 2016년 투자한 영화 24편 중 절반이 손실을 봤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수익률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다양성을 키우고 문화 콘텐츠 산업 전반을 성장시키기 위해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도 투자를 진행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외에 다방면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극한직업’은 지난 18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465만680명을 기록하며 역대 영화 흥행 순위 2위를 기록했다. 코미디 장르로는 1위다. 명절 특수 등 수혜를 입긴 했지만 재미요소가 가득해 계속해서 관객을 모으고 있다. 조만간 관객 수 15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송금종 쿠키뉴스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