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베이어벨트 끼어… 용역 노동자 또 안타까운 죽음

입력 2019-02-20 23:18
20일 오후 외주업체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정문. 뉴시스

외주업체 근로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또 반복됐다. 법이 개정됐지만, 대통령까지 나서 유가족을 위로했지만 바뀐 건 없었다.

경찰과 현대제철 등에 따르면 20일 오후 5시30분쯤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철광석을 이송하는 컨베이어벨트 부품 교체작업 중 이모(50)씨가 숨졌다. 이씨는 컨베이어벨트 정비를 전문으로 하는 외주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로 컨베이어벨트에 끼인 채 발견됐다. 사고 발생 장소는 원료를 저장고까지 이송하는 ‘트랜스퍼 타워(환승탑)’로 아파트 7층 정도 높이의 설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이곳에 동료 3명과 함께 벨트 고무 교체작업을 하러 들어갔다가 잠시 혼자 있던 사이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함께 작업을 하던 동료들은 경찰에 “잠시 공구를 가지러 다녀 오니 이씨가 보이지 않았다”며 “찾아보니 환승탑 상부의 벨트에 끼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제철 측은 벨트 부품 교체작업을 하다가 잠시 뒤로 물러난 이씨가 근처에 있던 다른 컨베이어벨트에 빨려 들어가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왜 혼자 작업했는지, 고무 교체 과정에서 왜 다른 컨베이어벨트가 작동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 조사와 함께 안전규정 준수 여부, 안전관리의 문제점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현대제철 측은 “이씨는 사전에 안전교육을 이수했다”며 “최대한 빨리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의 상황이 두 달 전인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 숨진 김용균(24)씨의 사례와 비슷해 기업의 외주화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씨와 마찬가지로 하청업체 직원이었던 김씨는 혼자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고 사고 후 ‘위험의 외주화’ 논란이 제기됐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문재인 대통령도 이틀 전인 18일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등 유가족을 만나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유가족을 위로하면서 “더 안전한 작업장, 차별 없는 신분보장을 이루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으나 이틀 만에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법이 개정됐음에도 산업현장에서의 안전대책은 여전히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4일 한화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폭발로 3명이 숨지는 등 위험물을 취급하거나 각종 설비를 다루는 현장에서의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대기업 생산 현장에서 외부 용역업체 직원이나 비정규직의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위험의 외주화’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당진=전희진 기자, 임세정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