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밝은 미래’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연일 내놓고 있다. 최근 미국 고위관리들은 ‘제재 완화’ ‘단계적·병행적 비핵화’ 등 전향적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미국이 북한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4개 분야에 초점을 맞춘 바 있다”면서 “여기에 북한 주민의 보다 밝은 미래(brighter future)를 다섯 번째로 덧붙이겠다. 이 5개에 우리는 계속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송환 등 4개 항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김 위원장에게 북한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겠다며 4분30초 분량의 동영상을 보여줬지만 이런 내용이 합의문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미국 관리들은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제재 해제는 북한의 비핵화 이후에나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한 달여 남긴 시점에 변화가 감지됐다. 북·미 실무협상을 이끄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달 31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미국은) 두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했던 약속들을 동시에 그리고 병행적으로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바라는 주고받기식 협상에도 응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대북 제재를 완화해 좋은 성과를 얻는 것이 우리의 의도”라고 말했다.
미국은 대북 경제적 인센티브와 관련해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한 바 있다. 거액의 기금을 미리 준비한 후 북한이 단계적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마다 돈을 푸는 ‘에스크로 계좌’ 개설, 대북 민간자본 투자 허용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에스크로 계좌 아이디어는 현재 진지하게 검토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를 위한 제재 완화 조치는 이미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적 보상 정도는 북한이 얼마나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내주는지에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에 제재 완화가 포함돼 있느냐’는 질문에 “완전하고 최종적이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제재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지난 19일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서 하룻밤을 보낸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20일 저녁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해 베트남 정부 게스트하우스(영빈관)에 짐을 풀었다. 김 대표의 ‘카운터파트’인 비건 대표도 하노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두 사람은 이르면 21일 만나 정상회담 합의문 문안 협상을 시작한다.
조성은 기자
“北에 밝은 미래 보장하겠다”… 美 유인책 잇따라 내놔
입력 2019-02-21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