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주주명부 확보 길 열렸지만 한진 측 ‘6개월 규정’내세우며 반격

입력 2019-02-21 04:00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 KCGI가 한진칼과 한진의 주주명부를 확보하게 됐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주주총회까지 소액주주 설득작업에 전념할 준비를 마친 셈이다. 그러자 한진이 ‘6개월 규정’을 들고 역공에 나섰다. KCGI가 한진칼과 한진 주식을 보유한 지 6개월이 되지 않았으므로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권리가 없다는 한진의 공식 입장이 나오면서 KCGI의 공세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진칼은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자사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이 허용했다고 20일 공시했다. 엔케이앤코홀딩스가 한진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여졌다. 두 회사는 KCGI가 만든 ‘KCGI 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가 최대주주인 투자목적 회사다.

주주명부 확보로 KCGI는 소액주주 설득에 나설 길이 열렸다. KCGI가 열람, 등사할 수 있는 주주명부에는 주주의 이름과 주소 등 신상정보와 보유주식 수가 담겨 있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들에게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할 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KCGI의 공세에 한진도 반격에 나섰다. 한진그룹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소수주주 KCGI가 한진칼·한진에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지분 6개월 보유 특례규정을 충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법 제542조 6항에 따라 KCGI가 6개월 전부터 한진과 한진칼의 주식 0.5% 이상을 보유했어야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한진 측은 “KCGI가 주주제안서 송부시점인 지난달 31일 기준 6개월 전인 지난해 7월 31일 이전에 한진과 한진칼의 지분을 보유했어야 하지만 KCGI가 설립한 그레이스홀딩스 등기 설립일은 지난해 8월 28일로 지분 보유기간이 6개월에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입장 표명 이후 업계에서는 한진이 KCGI의 주주제안을 주주총회에 상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진도 “해당 주주제안을 적법하게 처리하겠다”며 주주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