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별점검 뒤에도 버젓이 자행된 공공기관 채용비리

입력 2019-02-21 04:00
정부는 2017년 10월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강원랜드의 대규모 채용비리가 사실로 드러나자 공공기관 전반의 실태를 조사한 것이었다. 1190개 기관의 과거 5년간 채용 과정을 살펴본 결과 수사의뢰 83건과 징계 255건의 비리가 발견됐다. 채용비리 연루자를 즉각 퇴출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와 상시 감독 체계를 구축한다는 대책이 발표됐다. 그리고 1년 만인 지난해 11월 다시 공공기관 채용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이번에는 1205개 기관에서 수사의뢰 36건, 징계 146건 등 모두 182건의 비리와 관련 임직원 288명을 적발했다고 20일 밝혔다. 비리 건수보다 충격적인 것은 1년 전과 달라지지 않은 공공기관의 행태였다. 특별점검이란 이름으로 고강도 조사를 벌이고 처벌을 했지만 불과 1년 만에 다시 들여다보니 똑같은 비리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었다. 정규직 전환 비리 의혹으로 이번 조사를 촉발한 서울교통공사 등 5곳은 감사원 감사 중이라 대상에서 빠졌다. 포함됐다면 훨씬 많은 건수의 비리가 발표됐을지도 모른다. 적발된 사안에는 몇 해 전 것도 들어 있지만 상당수가 현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고, 현 정부가 막지 못한 비리였다.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고백했듯이 채용비리는 일회성 적발과 처벌로 차단할 수 없을 만큼 뿌리가 깊다. 이번 전수조사는 이를 확인해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뿌리 깊은 고질병을 적폐라 한다.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일자리 및 청년실업 문제와 직결돼 있고, 더 나아가 이 정부가 외치는 공정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문제다. 정부가 관리·감독하는 기관에서조차 지켜지지 않는 가치를 어떻게 민간 영역에 전파하고 일상화시킬 수 있겠는가. 정부는 또 대책을 내놨다. 전수조사를 정례화하고, 특별채용 재량권을 축소하고, 임직원 친인척 채용 현황을 공개하며, 채용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모두 신속하게 시행해야 하지만 이것으로 근절될 리가 없다는 인식을 갖고 이 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다. 1년 전의 대책이 그랬던 것처럼 대책은 대책일 뿐이며 최종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조짐이 나타나는 순간 적폐는 다시 고개를 든다. 정부의 강한 의지가 계속 뒷받침돼야 공정한 채용 관행이 정착될 수 있다. 공공기관을 넘어 민간 영역의 불공정한 채용 문제도 해법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 노동조합을 통한 일자리 대물림 등 숱한 사례가 폭로됐다.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