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나이 드는 데도 예의가 필요하다’ ‘나이 드는 내가 좋다’….
100세 시대를 앞두고 나이 듦에 대한 에세이가 쏟아지고 있다. 신간 ‘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와 ‘근사하게 나이 들기’는 노년의 주거, 패션, 식생활 등을 다룬다. 기존 책들이 노년의 내면적 준비에 초점을 맞췄다면 두 책은 ‘의식주’라는 외형적 요소에 집중한다는 게 큰 차별점이다.
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bonpon 지음, 이민영 옮김/웅진지식하우스, 248쪽, 1만4000원
‘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의 저자 부부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일본 센다이에 살고 있는 60대 백발의 이 부부는 2016년 말부터 인스타그램(@bonpon511)에 커플 스타일링 사진을 올려 전 세계 SNS 유저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팔로어가 80만명에 달한다. 부부는 이 책에서 남편의 퇴직을 계기로 아키타를 떠나 새로운 도시 센다이에 정착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부부가 이사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언젠가는 둘 다 나이를 더 먹기” 때문이다. 나이가 더 들면 체력이 더 떨어질 테니 눈을 치울 필요가 없고 자동차 없이도 장을 보고 병원, 역, 관청에 걸어갈 수 있는 곳을 찾는다. 거주지로 센다이를 정한 뒤엔 집을 알아본다. 아키타의 단독주택을 처분한 뒤 역과 가까운 작은 아파트를 얻는다.
부부는 제2의 인생을 계획하면서 예산에 맞춰 저렴한 집을 선택한다. 다음엔 가지고 있는 물건의 양을 10분의 1로 줄인다. 하루 식사는 오전 10시와 저녁 7시쯤 두 끼만 소박하게 한다.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린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커피는 항상 커플 머그컵에 먹는다. 남편이 ‘마실래?’라고 물으면 아내는 ‘마실래’라고 답한다.
이 장면을 보면 부부가 젊었을 때부터 매우 다정했을 것 같지만 그건 오해다. 젊었을 때 남편은 바빠서 집을 잘 돌보지 못했고 은퇴 후에야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됐다. 작은 집, 가벼운 식사를 하며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모습이다. 일을 그만둔 뒤 생활 규모를 줄이고 새로운 주거지를 찾는 이들에게 좋은 참고 사례다.
근사하게 나이 들기/하야시 유키오·하야시 다카고 지음/염혜정 옮김, 마음산책, 182쪽, 1만4000원
‘근사하게 나이 들기’는 나이 들어서도 편안하고 멋스럽게 옷 입는 방법을 담고 있다. 저자인 하야시 부부는 1979년 수작업 니트 숍을 연 경험이 있고, 2000년부터 의류 편집숍 ‘퍼머넌트 에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게는 섬세하게 만든 기본 아이템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부는 한마디로 ‘패션 피플’이다. 둘은 어울린다는 걸 이렇게 정의한다.
“당신에게 너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사이즈의 옷이 당신에게 어울리는 옷이다.” 자신의 체형에 잘 맞는 사이즈를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멋을 위해 꽉 조이는 옷을 입으면 금세 녹초가 되고, 편하게 입으려고 큰 옷을 입으면 옷이 몸 위에서 헤엄쳐 다니기 때문에 피곤해진단다. 가벼우면서 잘 맞는 옷을 골라야 한다.
아내는 “옷이란 나를 표현하는 매개이자 내 마음을 지지해주는 동료”라며 “나이 들었다고 멋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점점 우중충해진다. 옷이 나이 든 우리를 회복시켜준다고 생각하면 기쁘지 않냐”고 한다. 부부는 티셔츠 바지 재킷 코트 스커트 등 단색의 기본 아이템을 갖추고, 액세서리 안경 모자 등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라고 한다. 까다로운 연출법이 아니다.
남편은 “새로운 자신이 되기 위해서 잘 버리라”고 권유한다. 나이가 든다는 건 변화하는 것이고, 그 변화에 따라 맞지 않는 옷과 물건을 버려야 한단 얘기다. 버리지 않으면 멋에서 멀어질 뿐이다. 남편은 당구, 아내는 영어 회화를 배운다. 새로운 놀이나 공부를 하면서 자기를 새롭게 만들어 간다. 이 책은 나이에 맞게 자연스러운 패션을 연출하고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는 삶을 보여준다.
사실 노년을 위한 마음의 준비는 하루아침에 하기 어렵다.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을 줄이고 단순한 옷을 입고 간소하게 먹는 것은 실천하기 쉽다. 의식주를 가볍게 하다 보면 삶도, 마음도 즐거워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두 책은 삶을 재편하길 원하는 어르신에게 구체적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젊은이에게는 어떻게 살고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기분 좋은 안내서가 될 듯하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100세 시대, 노년의 ‘의식주’를 주목한다
입력 2019-02-23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