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위한 상응조치로 한국의 역할 활용해달라”

입력 2019-02-20 04:03 수정 2019-02-20 08:31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고 말했다. 양 정상은 북·미 협상 상황을 공유하고, 오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19일 오후 10시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35분간 통화하고 “(비핵화 상응조치로)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미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지렛대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지만 남북 경협을 비롯해 경제적 부담을 정부가 떠안겠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 회담에 대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합의를 기초로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북·미 관계 발전을 구체화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북한과의 어려운 협상을 이끌어 올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과 확고한 의지의 덕분”이라며 “남북 관계에서 이룬 큰 진전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25년간의 외교적 실패를 극복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외교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현황 및 협상 상황을 문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또 2차 회담이 끝나는 대로 문 대통령에게 회담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하노이 회담에서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며, 그 결과를 문 대통령과 공유하기 위해 직접 만나기를 고대한다는 뜻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관계에 대해 “문 대통령과 나, 우리 둘은 아주 잘해오고 있으며 한·미 관계도 어느 때보다 좋다”고 평가했다.

당초 양 정상은 미국의 수입차 고율 관세 부과 문제 등 경제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것으로 전망됐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만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미 간에는 정상회담 합의문 도출을 위한 실무협상이 임박했다.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일행이 베트남에서 미국 측과 정상회담 의제 협상을 벌이기 위해 이날 평양을 떠나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김 대표와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대행으로 구성된 북측 협상팀은 조만간 베이징에서 베트남 하노이로 향할 예정이다.

김 대표의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0일쯤 워싱턴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대표와 비건 대표 간 협상은 22일쯤 하노이에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과 대니얼 월시 백악관 부비서실장 간 의전 실무협상도 본격화됐다. 지난 18일까지 간소한 차림으로 하노이와 인근 지역을 답사하던 김 부장은 이날 베트남 외교부 청사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와 동선 등 의전·경호 사항을 확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베트남 측과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강준구 조성은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