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과감한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 대북 제재를 완화하더라도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같은 특정 사업을 콕 찍어 허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가 2차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검증 이상의 조치와 제재 완화에 전격 합의하면 남북 간 협의를 통해 경제협력의 물꼬를 트는 수순이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19일 “북한이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약속하고 미국도 제재 완화를 시사해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는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면 남북 경협도 촉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이 회담에서 특정 사업을 놓고 제재 문제를 논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재와 관련해 나올 수 있는 최대치는 미국이 완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정도일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금강산 관광이 이번 북·미 정상회담과 직접 연관돼 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은 여건이 조성되면 1순위로 재개될 사업으로 꼽힌다.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는 것보다 제재에 저촉될 여지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워싱턴을 방문해 미 행정부·의회 인사들을 만나고 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금강산 관광은 벌크캐시(대량 현금)가 안 들어가면 제재 대상이 아니라 재개하기 쉬운 편이고, 개성공단은 물자가 들어가 조금 더 어려울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느 선까지 합의되느냐에 따라 두 가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종교지도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남북 간 경협이 시작된다면 가장 먼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금강산 관광”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는 이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미국에서도 이 문제에 관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북한 관광 자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제재 대상은 아니다. 관광객들이 개별적으로 물품을 사거나 음식점을 이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9건의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됐는데, 북한 관광을 명시적으로 금지한 조항은 없다.
문제는 관광을 재개하려면 남측에서 시설 보수를 위한 자금과 물자가 올라가야 한다는 데 있다. 북한으로의 대량 현금 유입은 제재 위반이다. 정부 내에서 현금 대신 현물을 주는 방식이 계속 거론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에 현물을 지급하더라도 제재 품목이 아니어야 가능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금강산 관광 재개는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신변 안전, 재산권 보장 등이 남북 간 협의돼야 한다”며 “북·미 협상 과정을 충분히 고려해 추진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현물 지원 방식을 북측에 제안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원포인트 제재 해제는 없다?
입력 2019-02-2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