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풍남문(豊南門)으로 간다. 전주시 전동에 있는 옛 전주읍성(부성)의 남문으로, 1963년 보물 제308호로 지정됐다. 1층이 정면 3칸·측면 3칸, 2층이 정면 3칸, 측면 1칸의 중층문루(重層門樓)의 팔작지붕이다. 북쪽에 호남제일성(湖南第一城)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임진왜란 때 파괴된 뒤 1734년 영조의 명으로 개축됐다. 1767년 화재로 소실된 것을 관찰사 홍낙인이 다시 지으면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풍남문은 중국을 통일한 한 고조 유방의 고향 풍패에서 따왔다. 조선은 이성계 조상의 고향인 전주를 ‘풍패향’이라 불렀다. 풍남문은 풍패향의 남문이다. 풍남문의 전 이름은 명견루였다. 경기전(慶基殿·사적 제339호) 어진박물관에 가면 명견루 현판을 볼 수 있다. 유리 속에 갇혀 있는 명견루 현판의 크기는 325×105㎝다. 판 아래에 작은 설명이 놓여 있다.
지금의 풍남문은 1978년부터 3년에 걸친 보수공사로 복원한 것이다. 풍남문을 중심으로 서남쪽에는 남부시장과 청년몰이, 동쪽에는 한옥마을이, 북쪽에는 객사, 남쪽에는 전주천이 있다. 풍남문은 현재 관문이 아닌 로터리 역할을 하고 있다. 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어 문 주위를 둘러볼 뿐 문루 내부와 성벽 위를 구경할 수 없어 아쉽다.
2009년 전주부사편찬위원회가 펴낸 전주부사에 따르면 전주성은 이성계가 회군을 한 1388년 고려 안찰사 최유경에 의해 처음 축성됐고, 1734년(영조 10년) 전라감사 조현명이 다시 대규모로 신축했다. 규모는 둘레 2618보, 높이 20자이다. 치성(성벽의 바깥으로 덧붙여서 쌓은 벽) 11곳과 옹성(성문을 공격하는 적을 측·후방에서 공격할 수 있는 시설) 1곳이 존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보인 태조 이성계의 어진(임금의 영정)을 봉안한 경기전에서 전라감영과 객사 등이 자리한 현 중앙동, 다가동 일대를 네모꼴로 둘러싸고 있었다.
원래 동서남북에 모두 성문을 갖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폐성령(廢城令)에 의해 풍남문만 제외된 채 나머지는 뜯겨 도로공사와 담장 등에 쓰였다고 한다. 이후 도시화로 모두 사라져 현재 서울대 규장각에 보관된 전주지도(보물 제1586호)를 통해서만 윤곽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 후기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이 지도는 전주부 읍성과 전라감영, 객사, 경기전, 주변 산천을 산수화풍으로 담고 있다.
풍남문에서 200m가량 떨어진 곳에 경기전이 있다. 한강 이남에서 유일하게 궁궐식으로 지은 건물로, 태종 10년에 창건됐다. 처음 어용전(御容殿)이라는 이름으로 세워졌고, 임진왜란 때 소실된 뒤 광해군 6년(1614년)에 중건됐다. 정전, 조경묘, 전주사고, 어진박물관 등을 갖추고 있다.
경기전 맞은편에 전동성당이 있다. 호남지역의 서양식 근대 건축물로는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건물이다. 1908년 건축을 시작해 1914년 외형공사를 마쳤고 1931년에 축성식을 했다. 완공에 23년이 걸린 셈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곡선미를 자랑하는 첨탑이 눈길을 끈다.
경기전 바로 옆으로 한옥마을이 자리한다. 한옥마을의 역사는 1910년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오른다. 전주에 온 일본인들이 전주성 안으로 진출하자 이에 반발해 전주사람들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을 짓고 모여 살면서 지금의 한옥마을을 이루게 됐다고 한다. 골목길을 걷다 보면 한지와 다도, 풍물, 전통혼례, 춤 등 다양한 테마를 담은 전통문화 체험시설이 발길을 붙잡는다. ‘혼불’ 작가 최명희의 삶과 문학을 엿보는 최명희문학관도 꼭 찾아봐야 할 명소다.
한옥마을을 한눈에 보려면 오목대(梧木臺)에 올라야 한다. 낮은 야산에 위치한 오목대는 고려 우왕 6년인 1380년 9월 이성계가 남원 황산에서 왜적을 토벌하고 돌아가던 길에 전주 이씨 종친들과 승전을 자축하는 잔치를 벌였던 곳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처마를 맞댄 기와지붕의 유려한 선과 우뚝우뚝 솟은 고층 건물이 신구의 조화를 이룬 한 폭의 풍경화를 이뤄낸다. 정상에 넓고 평평한 땅 위에 오목대가 자리한다. 그 옆에 고종 황제의 어필을 새긴 ‘태조고황제주필유지비’가 있다. 태조 이성계가 머문 곳을 뜻한다.
오목대에서 도로를 가로지르는 육교를 건너면 벽화로 꾸며진 자만마을이다. 한옥마을을 찾은 사람들이라면 한 번씩 거쳐 가는 곳이다. 마실길을 걸으면 담장의 그림에 미소가 지어진다. 알록달록 꾸며진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다. 마을에는 ‘목조대왕구거유지’ 비각이 서 있는 이목대가 위치한다. 이목대는 이성계의 5대 할아버지인 목조대왕 이안사(李安社)가 태어나 자란 곳이라고 전해진다. 이곳에도 고종의 친필로 비석이 서 있다.
여행메모
비빔밥·한정식이 대표 먹거리
남부시장 2층 청년몰도 가볼만
전북 전주 한옥마을은 순천완주고속도로 동전주나들목에서 가깝다.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간다면 호남고속도로 전주나들목을 나와 월드컵경기장 방향 첫 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한 뒤 금암 옛 분수대 자리에서 기린로로 직진해도 된다.
전주의 대표 먹거리는 청·백·적·황·흑 오방색 고명이 꽃밭처럼 수놓인 비빔밥이다. 평양의 냉면, 개성의 탕반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음식에 꼽힌 음식이다. 콩나물과 밥을 넣고 다양한 양념을 곁들인 콩나물국밥도 빼놓을 수 없다. 시원한 국밥과 함께 날계란 하나를 밥그릇에 담아오는 것이 특징이다. 잔칫상처럼 푸짐한 한정식(사진)과 싱싱한 민물 오모가리탕도 입맛을 돋운다. 한옥마을에서 고택체험을 할 수 있고, 게스트 하우스 숙박도 가능하다. 한복대여소도 곳곳에서 성업 중이다.
전주 여행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전북투어패스다. 카드 한 장으로 주요 관광지를 자유롭게 돌 수 있고, 공영주차장도 최대 2시간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전주 여행 일정에 따라 1~3일권을 선택할 수 있다. 경기전과 전주미술관 등을 24시간 안에 이용할 수 있는 전주한옥마을권이 인기다. 요즘 풍패지관과 한벽당은 보수공사 중이어서 관람이 어렵다.
남부시장 2층 청년몰도 필수 코스다. 재미난 문구로 자신을 알리는 점포들이 눈길을 끈다. 예술가들이 직접 차린 공방도 있고 쉬어갈 수 있는 작은 갤러리도 있다.
전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