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의제 조율을 위한 막판 북·미 실무협상이 곧 재개된다. 이번 북·미 실무협상은 이례적으로 2단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미는 이번 실무협상에 중량감 있는 베테랑들을 총출동시킬 방침이다. 27∼28일 개최되는 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 시간이 촉박한 점을 고려해 ‘막판 초읽기’ 의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의도다. 북·미 전문가들은 정상회담 합의문 도출을 위한 실무협상에서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의제 조율에 나설 북한 실무협상 대표단은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이다. 북측은 19일 오전 평양을 출발해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혁철 특별대표 일행은 20일 하노이에 입성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을 끄는 또 다른 북측 인사는 박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다. 그는 미국과 의전 협상을 총괄하기 위해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일행에 포함돼 지난 16일 하노이에 도착했다.
김혁철·최강일·김성혜·박철은 북한의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북·미 실무협상을 총괄해 온 실세 인사들이다. 이 중 김혁철·김성혜·박철은 지난달 18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 배석했다. 최강일 직무대행은 김영철의 방미단에 포함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면담 자리를 찍은 사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측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실무협상팀을 이끌고,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보좌관과 알렉스 웡 국무부 부차관보 등 한반도 라인이 모두 투입될 전망이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실무협상을 주도했던 2명의 인사가 보이지 않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북한에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미국에선 성 김 주필리핀 대사가 각각 빠졌다.
북·미 실무협상팀의 가장 중요한 숙제는 2차 정상회담의 합의문 합의다. 양측은 합의문 초안에서 한 글자라도 유리한 내용을 넣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영변 핵시설 폐기 등 북한의 가시적 비핵화 조치와 대북 제재 완화 여부 등 미국의 상응조치를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하노이 실무협상의 가장 큰 특징은 실무협상이 2단계로 진행되는 점이다. 낮은 수준의 실무협상이 이뤄진 뒤 대표급의 실무협상 수순으로 어어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대표급 실무협상 일정을 잡는 데 시간을 끌어 미국이 시간 절약을 위해 1단계 실무협상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1단계 실무협상 대표로는 박철 부위원장이 거론된다. 미국에선 웡 부차관보가 유력하다. 다만 후커 보좌관이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단계로 본격적인 대표급 실무협상은 이르면 21일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건 특별대표는 20일 전후 출국이 예상되지만 워싱턴 시간으로 19일 출국하면 21일 회동이 가능하다. 우리 측 북핵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하노이에서 비건 대표를 만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조율도 하노이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1·2단계 실무협상에서 합의점을 도출해 내지 못할 경우 결국 북·미 정상이 담판을 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북·미 간 의제 조율과 합의는 양측 정상 레벨까지 포함해 3단계로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북한의 미국통 VS 미국의 북한통 총출동, 의제조율 2단계 협상
입력 2019-02-2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