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나섰지만 후폭풍이 만만찮다. 실적 악화로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어 온 조선업체들이 이번엔 인수·합병 문제로 노사가 맞서면서 업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지난 이틀간 조합원 5611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쟁의 행위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92%가 파업에 찬성했다고 19일 밝혔다. 노조 지도부는 다음달 8일로 예정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저지하기 위해 총파업 돌입 시기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20일 인수 반대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대부분 사업이 겹치는 동종사 인수 시 ‘효율적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될 구조조정, 이미 경영위기로 구조조정을 한 기업이 부실기업을 인수할 경우 동반부실로 인한 고용불안 등이 우려된다”면서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연대투쟁 방침을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에 인수될 경우 대우조선해양 사업장이 있는 거제의 지역경제가 붕괴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감이 현대중공업으로 우선 배정되면 거제 지역의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들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 경남도의회는 이날 거제시청에서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피해 방지 지원을 약속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직원들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담화문을 발표했다. 노조의 강경 투쟁이 계속될 경우 대우조선해양 인수계약 체결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계약 성사 자체가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영석·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배경에 대해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반드시 재도약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 아래 지금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이뤄진 선택”이라며 “현재와 같이 각 기업이 생존경쟁에만 몰입한 상황 아래서는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경쟁력 회복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미래, 울산과 거제의 지역경제, 협력업체의 미래에 대해 일부 우려를 표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으로 안다”면서 “인수의 목적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을 살리기 위한 것이며 이를 위해 어느 한 쪽을 희생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울산, 경남과 협력해 각 지역의 협력업체들과 부품업체들을 발전시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빅딜’ 성사됐지만… 거센 후폭풍에 뒤숭숭한 조선업계
입력 2019-02-2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