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정페이 “美, 화웨이 무너뜨릴 방법 없다” 강공… 뉴질랜드도 동조

입력 2019-02-20 04:00
사진=AP뉴시스

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런정페이(사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이 우리를 무너뜨릴 방법은 없다”며 각을 세웠다. 미국의 대표적 인 동맹국 영국에는 “더 큰 규모로 투자하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영국이 화웨이의 장비 배제에 회의적 입장을 보인 데 이어 뉴질랜드도 “아직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았다”고 밝혀 미국의 ‘화웨이 배제’ 공조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

런정페이는 1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서쪽의 빛이 꺼져도 동쪽은 여전히 밝다. 북쪽에 어둠이 와도 남쪽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미국은 전 세계를 대표하지 않는다. 미국은 오직 세계의 일부만 대표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백도어(전산망에 무단침투하는 장치)는 없다. 우리는 전 세계 고객들의 혐오감을 사는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며 “화웨이는 어떤 스파이 행위도 하지 않을 것이며 그런 행위를 한다면 회사 문을 닫겠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화웨이가 통신장비에 백도어를 설치해 중국 정부의 스파이 역할을 할 수 있다며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변국에 촉구하고 있다.

런정페이는 영국의 화웨이 장비 배제 검토에 대해 “우리는 여전히 영국을 믿는다”며 “미국이 우리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국에서 영국으로 투자처를 옮기고 더 큰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런정페이는 자신의 딸인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기소에 대해 “미국의 정치적 의도”라고 단언했다.

미국의 ‘화웨이 배제’ 압력에도 불구하고 영국에 이어 뉴질랜드도 화웨이에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이에 따라 미국과 기밀을 공유하는 정보협력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균열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이브 아이즈에는 미국과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영어권 5개국이 가입해 있다.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뉴질랜드는 영국과 비슷한 입장에 있으며, 아직은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통신보안국(GCSB)이 안보 위험에 대해 독립적으로 평가할 것”이라며 “평가는 정치적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이뤄져 국익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질랜드는 지난해 11월 GCSB가 중국의 5G 기술이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화웨이를 배제한 나라로 분류돼 왔다.

뉴질랜드의 입장 변화는 중국 언론에서 화웨이와 관련한 보복 조치가 거론되는 등 화웨이 문제로 양국 관계가 악화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9 중국·뉴질랜드 방문의 해’ 공동행사는 이달 개최 예정이었으나 연기됐고, 지난 9일 에어뉴질랜드 항공기는 상하이로 가던 중 절차상 문제로 착륙이 불허돼 회항했다.

앞서 영국의 국립사이버안보센터(NCSC)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고, 알렉스 영거 영국 해외정보국(MI6) 국장도 화웨이를 배제하는 것은 실수라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