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의 일획의 정신을 추상화와 결합한 이른바 ‘이모그래피(Emography)’로 오십이 넘어 화단에 존재감을 드러낸 허회태(62·사진) 작가. 그가 다시 한번 변신했다. 이번엔 서예를 조각과 접목한 ‘이모스컬프처(Emosculpture)’다. 이모스컬프처란 감정을 뜻하는 영어 단어 이모션(Emotion)과 조각품을 의미하는 스컬프처(Sculpture)를 합성한 말이다. 그 진면목을 보여주는 전시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선 조각이면서 회화 같은 ‘부조 회화’를 만날 수 있다. 큐빅 형태의 작은 스티로폼을 글씨가 적힌 한지로 감싼 뒤 캔버스에 촘촘히 박아서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심장을 상징하는 마음 심(心)자를 형상화한 이미지의 최소 단위가 무한 반복되면서 동양적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래서 전시 제목도 ‘심장의 울림’이다.
작가는 2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심장은 우리 몸의 군주라 할 수 있다. 마음 심(心)자의 조형성을 통해 존재의 근원으로 파고드는 소용돌이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서예가이자 전각가로 먼저 이름을 날렸다. 전남 순천 두메산골에서 자라며 5세 때부터 서예를 배웠다. 1995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 부문 대상을 받았다.
고답적인 서예에 갇히기를 거부한 그는 회화의 세계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49세에 상명대 대학원 회화과를 다니며 새 길을 모색한 것이다. 해외에서 먼저 반응이 왔다. 2010년 미국의 갤러리에서 이모그래피 작품전을 가졌는데, ABC방송에 소개되는 등 관심이 뜨거웠다. 당시 방송을 본 스웨덴국립박물관 관계자의 초청으로 2014년 스웨덴에서 특별전을 갖기도 했다. 그는 “이모그래피와 함께 선보인 이모스컬프처를 더 좋아하더라. 이를 심화시켜 국내에서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이번 개인전을 갖게 됐다”고 했다. 작가는 중국 옌볜대학교 회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시는 27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서예·조각 접목한 이모스컬프처… ‘부조 회화’를 만나 보세요
입력 2019-02-2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