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이 학업 등을 이유로 입영을 연기할 수 있는 나이 제한 규정을 갑자기 낮추면서 졸업 1년을 앞둔 의학전문대학원생이 강제 입영할 뻔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병무청은 입영 연기 거부 처분을 중지하라”고 결정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은 의전원생 A씨(30)가 인천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입영 연기 거부 처분을 중지해 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최근 받아들였다.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올해 본과 4학년이 되는 A씨는 내년 1월 의사국가고시를 치르고 졸업한 뒤 병역 의무를 이행할 예정이었다. 병역법은 만 30세 이하의 현역병 입영 대상자는 최대 2년까지 입영을 연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관련 시행규칙을 통해 의전원생을 비롯해 치의학전문대학원, 의학·약학·수의학 등 대학원에 재학하는 경우 만 28세까지 자동적으로 입영이 연기되도록 하고 있다. 장기간이 소요되는 학업의 특성상 학제별로 제한연령을 둔 것이다.
A씨 역시 의전원 재학을 이유로 만 28세까지 입영이 자동 연기됐다. 이후 본인이 한 차례 1년간 입영을 연기했고, 올해 졸업예정 연기 사유를 통해 1년 더 미루려 했다. ‘졸업이 1년 내로 예정된 졸업예정자의 경우 학위별로 1년간 연기가 가능하다’는 병무청의 기존 규정에 맞춘 계획이었다.
그런데 병무청은 지난해 12월 31일 ‘2019년 1월 28일 오후 2시 육군훈련소로 입영하라’는 통지서를 보내왔다. A씨는 병무청에 입영 연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병무청은 나흘 만에 거부 회신을 보내왔다. 입영 예정일까지는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병무청의 거부 사유는 지난해 5월 28일 변경한 방침에 있었다. 병무청은 기존에 나이 제한이 없었던 졸업예정자에 대한 연기 규정에 ‘자동연기가 끝나는 나이(의전원의 경우 만 28세)로부터 1년간만 입영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경과 규정 없이 ‘2019년 1월 입영 대상자부터 적용된다’는 안내만 있었다.
만 29세에서 만 30세로 넘어가는 나이였던 A씨는 구제받을 길이 없었다. A씨는 이에 병무청의 처분을 중지해 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냈다. A씨 측은 “병무청이 경과 규정 없이 방침을 변경한 것은 행정처분이 준수해야 할 ‘신뢰 보호의 원칙’을 위배했다”고 강조했다. 병무청 측은 “최근 병력 수급에 어려움이 있어 연기 사유의 남용을 막기 위해 방침을 변경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약 8개월의 시간이 있었고 재학을 이유로 입영 연기를 늘리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법원은 일단 A씨 손을 들어줬다. A씨와 같은 상황에 놓였던 또 다른 의전원생 B씨(30)가 대구경북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도 대구지법에서 받아들여졌다.
이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로고스의 조원익 변호사는 “이들은 병역 기피자들과 달리 학업을 마치고 현역병 또는 공중보건의 등을 준비하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된 것은 법적으로 행정처분의 위법사실이 어느 정도 소명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단독] 병무청 입영연기 방침 변경에 ‘3년 공부’ 허탕칠 뻔한 예비의사
입력 2019-02-18 20:29 수정 2019-02-19 1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