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中 광저우 경유 땐 참매·열차 혼용 가능성

입력 2019-02-18 19:46 수정 2019-02-18 22:04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가까워지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떤 수단과 경로로 베트남 하노이로 갈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양에서 전용기 ‘참매 1호’를 타고 곧장 하노이로 향하는 방안이 일단 가장 유력하다. 전용열차로 가는 것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 가능성이 낮지만, 중국 정부가 고속열차를 제공한다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정상회담 의전 조율을 맡은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앞서 중국 광저우를 들렀다가 하노이로 향하면서 김 위원장의 광저우 경유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이 경우 열차와 참매 1호가 혼용될 수도 있다.

참매 1호는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일류신(IL)-62M을 개조한 구형 기종이지만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비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때도 수행인력을 태우고 싱가포르를 왕복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3시간30분이면 충분한 항공편을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북한 역대 지도자들이 애용한 열차를 타는 방안도 거론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18일 “김 위원장의 의전과 동선을 책임지는 김창선이 아무 이유 없이 광저우에서 하루를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김 위원장이 광저우를 경유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저우는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6년 방문해 산업시설을 둘러본 곳이며,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도 1958년 베트남 국빈방문 때 경유했던 곳이다. 당시 김 주석은 평양에서 광저우까지 열차로 이동했고, 광저우에선 비행기를 타고 하노이로 향했다. 김 위원장이 선대(先代)가 밟았던 길을 따라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광저우까지 열차로 이동한 뒤 전용기로 하노이에 들어가거나,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하노이에서 광저우까지 전용기로 온 뒤 열차로 귀국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로만 이동할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중국이 고속열차를 내준다면 기술력을 자랑하고 싶은 중국이나 철도 현대화에 관심이 많은 김 위원장 모두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로 이동할 경우 평양에서 베이징까지 15시간 이상 걸리고, 베이징에서 하노이까지는 이틀 이상 소요된다.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사흘 넘게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중국이 베이징에서 광저우까지 고속열차를 특별 편성해준다면 이 구간을 8~10시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