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5·18 망언, 국민들이 단호히 거부해달라”

입력 2019-02-18 18:59 수정 2019-02-18 21:24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김용균씨는 지난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자유한국당발(發) ‘5·18 망언’ 파문을 “국회의 자기부정”이라고 규정하며 “국민들이 단호하게 거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이 논란이 된 5·18 망언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사실상 ‘한국당 심판론’을 제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많은 희생을 치렀고 지금도 아픔이 가시지 않은 5·18민주화운동을 대상으로 색깔론과 지역주의로 편을 갈라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권 일각에서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거나 북한군이 남파되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왜곡하고 폄훼하고 있다”며 “이는 민주화 역사와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다. 결국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와 관용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거나 침해하는 주장과 행동에까지 허용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법적, 역사적 근거를 들어 한국당 일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통해 5·18이 민주화운동으로 규정됐다. 1997년 이후 역대 모든 정부는 매년 국가기념식을 거행하며 5·18민주화운동 정신 계승을 천명해 왔고 4·19혁명과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과 6·10항쟁 정신이 현행 헌법의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5·18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을 여러 차례 말했음에도 지금 역사 왜곡 세력의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정점엔 청와대가 있다”면서 “청와대가 5·18 진상조사와 관련한 국회 추천을 거부한 것은 대단히 무례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한국당이 추천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위원 3명 가운데 2명을 ‘자격 미달’을 이유로 임명을 거부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 등이 오히려 책임을 청와대로 돌리자 직접 발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즉각 대통령 발언을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대통령까지 나서 갈등 조장에 불을 지피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기울어진, 선택적 비판의식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고(故) 김용균씨 유가족을 만나 “생명과 안전을 이익보다 중시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공공기관 평가 때도 생명과 안전이 제1의 평가 기준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소속 7대 종단 지도자를 청와대로 초청해 “종교지도자들께서 국민 통합의 길을 열어 달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평화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종교계가 남남갈등 해소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박세환 이종선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