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변신’과 미국·중국의 무역협상 진행에도 달러의 힘이 빠지지 않고 있다. 달러 가치를 떨어트리는 조건이 충족됐지만 여전히 달러를 찾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1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3일 달러인덱스는 올 들어 최고치인 97.129를 기록했다. 이달 초에는 8거래일 연속 오르며 2017년 2월 이후 가장 긴 연속 상승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지수화한 지표다.
달러 강세가 계속되는 건 시장 예측을 벗어난 일이었다. 지난해 달러는 무역전쟁과 금리 인상이라는 두 가지 동력으로 강세 흐름을 탔다. 불확실성에 대비하면서 높은 금리까지 챙길 수 있다는 점이 달러 수요를 부추겼다. 때문에 올해 연준이 태세를 전환하고 미·중 무역협상 국면에 접어들면 달러는 약세 신호를 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달러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이상한’ 달러 강세의 범인은 누굴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유럽을 지목한다. 지난해 말 불거진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에 유럽의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달러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유로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보다 0.6% 포인트 내린 1.3%로 전망했다. 특히 유럽 경제를 떠받치는 자동차산업의 부진과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안을 둘러싼 혼란이 경기하강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달러 강세는 신흥국 통화 약세를 유발하고, 미국 금융시장으로 자금이 모이게 만든다.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서 강했던 외국인 매수세가 이달 들어 주춤해진 원인 중 하나가 강(强)달러라는 지적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경기·금융시장 불안은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심리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달러 강세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미국 내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을 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유럽이 올해 안에 안정을 찾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 연구원은 “브렉시트 이슈를 둘러싼 잡음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미국의 무역전쟁 표적이 유럽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라며 “하반기 유럽은 더 불안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윤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로존 경기는 상반기 말로 가며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强달러 지속 주범은 불안한 유럽 경제
입력 2019-02-18 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