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으면 돈 드려요” 현금성 출산정책 논란

입력 2019-02-19 04:00
강원도청 전경.

아이가 있는 가정에 매달 30만원을 주는 강원도 육아기본수당이 가시화하면서 ‘현금성 출산장려정책’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출산율 전국 1위’인 전남 해남군에선 출산장려금을 탄 뒤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먹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만 6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지급하는 아동수당도 출산 장려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강원도에 따르면 월 30만원씩 4년 지급하는 육아기본수당 조례가 지난 14일 강원도의회 사회문화위원회를 통과했다.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내달 바로 시행된다. 올 1월 1일 이후 출생아가 대상이다. 아이 1인당 4년간 1440만원을 받게 된다.

강원도 육아기본수당은 예산안 심사부터 진통을 겪었다. 도 의회에선 “해외에서도 현금을 지급하는 출산장려정책을 폈으나 오히려 인구가 감소했다”며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

현금성 출산장려정책의 부작용은 해남에서 나타났다. 우승희 전남도의원에 따르면 2017년까지 5년간 해남에서 출산장려금을 받은 3260명 중 243명이 타 지역으로 전출했다. 211명에게는 지급중지 조치가 내려졌고 32명에게서는 돈을 돌려받았다. 해남은 첫째아이 출산장려금만 해도 300만원이어서 인터넷 커뮤니티엔 이를 받으려 주소 이전을 알아보는 글이 많다.

중앙정부의 현금성 출산정책 중 하나인 아동수당도 출산을 장려하는 데 역부족이란 진단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부모의 76.9%는 “출생 순위별 차등 지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사연은 “아동수당에는 자녀 수 또는 출생 순위에 따른 추가지원이 없어 출산 유인이 부재하다”고 했다.

소득·재산 상위 10%까지 아동수당 지급 대상에 포함되면서 출산 장려 효과가 더욱 반감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고소득층에서 아동수당이 사교육비로 오·남용될 수 있어서다.

이런 현상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대신 가정에서 키우는 경우 지급하는 양육수당에서 증명됐다. 서울여성가족재단은 ‘서울시 양육수당 수급가구의 보육실태 및 욕구’ 보고서를 통해 “차상위계층에 한정되던 양육수당이 전 계층으로 확대되면서 어린이집·유치원 외 기관 이용률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재단 조사에서 월 소득 1000만~1100만원인 한 학부모는 “양육수당을 아이 놀이학교 보내는 데 쓸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수당 역사가 긴 영국은 최근 고소득층에 지급된 아동수당을 세금으로 반납토록 하는 ‘선별적’ 제도를 신설했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는 아동수당을 과세 대상에 포함하거나 바우처 제도를 고려해 볼만하다”고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