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시민단체 등이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해 10월 김태년 당시 정책위의장이 처음 도입 방침을 밝혔고 최근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다시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차등의결권은 재계가 오랫동안 도입을 요구해 왔다. 현행 상법상 1주당 1개의 의결권 부여가 원칙이지만 차등의결권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경영권 방어가 쉽도록 창업주 등에게 의결권을 여러 개 부여하는 제도다. 미국 영국 스웨덴 등 OECD 국가 가운데 15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경우 창업주는 1주당 10표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차등의결권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익히 알려져 있다. 창업주가 주식 발행을 쉽게 하고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현재는 창업주가 자금 조달을 위해 주식을 발행할 경우 투자자가 더 많은 지분을 가질 수 있고 투자자가 창업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그러면 투자자들이 노리는 단기적인 수익을 위해 기업이 운영될 우려가 있다. 적대적 M&A 위협에 쉽게 노출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벤처기업은 주식 발행을 꺼리고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증자를 통한 공격적인 투자를 못하기 때문에 성장도 멈춘다. 많은 선진국들이 차등의결권 말고도 포이즌필(적대적 M&A 발생 시 기존 주주들에게 회사 신주를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 등 경영권 방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당내 일부 의원들이 차등의결권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는 비현실적이다. 공정경제의 근간을 훼손한다거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권 강화에 역행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벤처기업이라고 특혜를 줄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대기업도 아니고 벤처기업에만 차등의결권을 주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막는 것이 혁신 성장과 고용을 막는 규제일 뿐이다. 벤처기업들이 경영권 방어 여력이 생기면 자사주 매입 같은 소극적이고 단기적인 경영에서 벗어나 과감한 투자와 M&A 등을 통해 질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시민단체 등이 벤처기업과 대기업 가리지 않고 반기업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제도에 대해서는 야당도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벤처 생태계를 살리고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투자와 고용 확대를 위해서도 이 제도를 바로 도입하기 바란다.
[사설]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 늦출 이유 없다
입력 2019-02-19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