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도입과 맞물려 ‘삐그덕’

입력 2019-02-18 04:00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가정보원과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입법을 거듭 촉구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자치경찰제에 대해 “가능하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두 사안이) 서로 간의 전제조건일 수는 없다” “100% 완전한 수사권 조정, 또 100% 완전한 자치경찰을 곧바로 도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등 의견을 덧붙였다. 함께 가야한다면서 또한 별개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비중을 두고 설명한 것은 그 자체로 두 사안이 밀접한 관계임을 의미한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수사권조정안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지고 검·경이 서로를 ‘게슈타포’(독일 비밀경찰) ‘중국 공안’ 등으로까지 빗대며 감정싸움을 벌인 배경에도 자치경찰제가 있었다.

당초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지난해 12월 소위 간담회가 법안 자구 조정 작업에 들어가면서 빠르게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소위 간담회에 빠졌던 자유한국당 위원 등이 제동을 걸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검찰 측은 지난달 8일과 16일 두 차례 열린 소위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쟁점 중 하나가 자치경찰제였다. 자치경찰제는 지난해 6월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을 담은 수사권조정안에 합의하면서 경찰권 비대화를 막기 위해 도입키로 한 제도다. 사개특위에서 논의 중인 수사권조정안(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이 검찰 권한 분산에 초점을 맞췄다면, 자치경찰제는 경찰 개혁의 한 축인 셈이다.

특히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있어 ‘실효적 자치경찰제’가 전제 조건으로 필요하다며 기존 국가경찰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정부안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국회 사개특위에서 자치경찰제 입법안도 함께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11월 여당 내 씽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가 자치경찰제 관련 국가경찰조직을 경찰서 단위까지 그대로 남겨둔 정부안의 한계점을 지적한 보고서 등도 검찰이 제시한 근거자료다. 경찰의 비대화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담겨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지난 14일 자치경찰제 전면도입안을 발표했다. 경찰 조직 측면에서 볼 때 파출소와 지구대를 자치경찰로 전환하는 기존 정부안을 그대로 반영했다. 바로 다음 날 문 대통령은 자치경찰제와 관련해 “우리가 연방제가 아니기도 하고 게다가 또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걱정들이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가경찰권을 더 전면적으로 자치경찰에 넘기기엔 지방 권력과의 결탁, 치안 공백 가능성 등 현실적 우려가 있다는 취지다. 여당은 일단 자치경찰제 입법안을 국회 행안위에 제출, 빠르게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여전히 자치경찰제 방안이 사개특위 수사권조정안 논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있다. 야당 등을 중심으로 연계 논의를 주장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일단 개혁 입법 성과를 내려고 하는 것 같다. 국민 입장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