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잊은 내 과거 캔다” 공직자 떨게 하는 ‘비밀팀’ 정체는

입력 2019-02-18 04:00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 책임자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청와대는 인사검증에 있어 경찰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일각의 지적을 강하게 부인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규모 개각을 앞두고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는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 폐지로 인해 지속적으로 인사검증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청와대가 지나치게 인사검증을 경찰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며 수사권 조정으로까지 논란이 확대됐다.

청와대는 그러나 “경찰 정보는 인사 정보 가운데 ‘N분의 1’에 불과하다”며 격앙된 모습이다. 정부 출범 3년차를 맞아 청와대 내부 인사검증 시스템도 재정비를 마쳤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청와대 인사검증의 핵심으로는 공직기강비서관실 산하 인사검증팀이 꼽힌다. 현 18개 부처와 정부기관 파견자들을 받아 20명 안팎으로 구성돼 있다. 부처에서 우수한 근무평가를 받았던 이들로 구성된다. 청와대 외부에서 근무하며, 팀원들의 실명과 근무 장소는 모두 대외비다. 검증 대상이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여서 부처 복귀 후 업무적으로 보복을 당할 수 있어서다.

인사검증 대상에 오른 공직자들은 검증팀의 전화만 받아도 인생을 통째로 복습하며 겁을 먹는 경우가 많다. 자신도 잊고 지냈던 과거의 행적을 듣게 되거나 재산 증식 과정에서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탈법이나 불법일 수 있다는 설명을 듣기도 한다. 본인도 모르는 재산이나 빚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가족이나 친인척과 관련한 사항이 검증 대상에 오르기도 한다. 논문 내용이나 저서, 공개적인 글, 발언 등의 취지를 물어보기도 한다. 검증 대상도 모르게 직장 동료나 주변인들을 상대로 근무태도나 인성, 성격, 버릇 등 ‘평판’을 캐묻는 것은 기본이다. 검증에 실패할 경우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누가 되기 때문에 검증팀원들이 ‘송곳 질문’을 던질 때가 많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인사검증에서 탈락한 때는 물론이고 검증을 통과해서도 검증팀원이 누구인지 찾으려 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관계자는 “인사검증을 통과한 사람도 공격적인 검증에 비위가 상하거나 자신의 치부를 들켰다는 생각에 검증 당사자를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고위 공직자들인 만큼 누가 자신을 조사했는지 찾아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검증팀은 각 부처의 업무 내용을 속속들이 아는 엘리트 집단으로 구성된다”며 “실명도 공개하지 않고 일을 할 만큼 청와대가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조직”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각 기관을 출입하는 국정원 연락관(IO) 제도 폐지 이후 인사검증 시 경찰 정보 의존도도 높아졌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청와대는 근무 성실성, 국가 충성도 등 기본적인 인사검증 항목과 신원조회 결과가 활용될 뿐 큰 비중은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찰은 인사검증 과정에서 정보보안 관리와 대통령령으로 위임받은 인사검증만 행한다”며 “외교·국방 등 경찰이 관여하지 않는 부서 인사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경찰 정보에만 의존한다는 건 억측”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근 법조계에서 불거지는 ‘정보 경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수사권 조정에 대한 반발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반대하는 대표적 논리 중 하나가 민생치안 업무를 지방자치단체로 넘기는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중앙 경찰조직이 유력자들을 상대로 정보 수집에 올인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원 역시 현행법상으로는 국내 정보를 수집해도 되지만 오히려 못하도록 한 게 지금의 청와대다. 경찰 정보의 남용을 걱정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