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임동진 목사 “수원장애인청년영화제 만들겠다”

입력 2019-02-18 00:06
임동진 목사가 16일 서울 마포구 생명나무숲교회에서 장애인 사역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지적장애가 있는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 결혼을 망설이는 남녀에게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주고 모든 것을 견디어낸다”(고전 14:7)는 말씀이 새겨진다. 최근 종영한 CGNTV 드라마 ‘고고송’의 내용이다. 지적장애가 있는 남녀 역할은 실제 지적장애인 배우인 강민휘씨와 백지윤씨가 연기했다. 그 곁에선 원로배우인 임동진(75) 목사가 조연으로 열연했다. 임 목사 자신도 신체를 담당하는 좌측 소뇌가 30%밖에 움직이지 않는 장애인이다.

16일 서울 마포구 생명나무숲교회(장헌일 목사)에서 만난 임 목사는 한때 안방극장에서 인기스타로 활약했던 배우다. 극단 예맥의 대표로 성경적 가치관을 담은 예술 공연을 무대에 올렸고 1990년 TV연기자기독신우회를 만들어 초대 회장이 된다. 루터대에서 신학을 공부해 2007년 목사 안수를 받고 열린문교회에서 9년간 목회했다.

하지만 임 목사를 장애인으로 아는 이는 많지 않다. 2000년 갑상선암 수술 후 급성 뇌경색이 발병해 반신불수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휠체어에 앉아서 생활해야 한다고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걷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23일만에 불편한 걸음걸이지만 걸어서 병원을 나올 수 있었다. 최근 그를 검진한 의사는 임 목사가 지금처럼 걷게 된 데 대해 “믿기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수고를 많이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임 목사는 지금도 오른쪽 팔과 다리가 무감각해지는 고통을 겪고 있다. 무감각 속에 역설적이게도 누가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간헐적으로 찾아온다. 그런데도 임 목사는 연기를 멈추지 않았다. 상영 시간 2시간의 모노드라마 ‘그리워 그리워’의 주연은 물론 기독뮤지컬 ‘그 사랑’, 가족애를 전하는 연극 ‘아버지의 선물’까지 연기해 냈다. 최근 고고송을 촬영하며 후배 배우인 강씨와 백씨를 격려한 것도 자신과 같이 장애를 이겨내는 모습이 대견해보여서였다.

임 목사는 최근 수원장애인청년영화제(가칭)를 구상하고 있다. 수원시 문화인들을 만났고 수원시에 곧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장애인이 직접 영상을 만들고 출연도 하며 삶의 소명을 찾는 축제 한마당을 열기 위해서다. 임 목사는 “일반인으로서는 갖기 힘든 특별한 예술적 감성을 장애인에게서 찾을 수 있다”며 “영상 촬영 기술이 좋아진 오늘날 장애인의 능력을 패럴림픽처럼 발휘할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목회 은퇴 후 선한목자교회-선한공동체(김명현 목사)에서 장애인을 섬기고 있다. 한 장애인이 예배 중 “목사님, 나 방귀 뀌었다”고 말하면 등을 두들겨 주고 즐거워하는 등 공동체의 기쁨을 만끽한다. 세상 속에 마음껏 자신을 펼치지 못하는 지적장애인을 보며 임 목사는 그들을 세상 속에 당당하게 서게 만드는 일을 소명으로 삼았다.

임 목사는 “예수님은 작은 자를 섬기는 것이 나를 섬기는 것이라 했다”며 “나의 장애를 초월하게 한 하나님을 믿기에 내 삶이 허락되는 모든 날을 장애인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