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5·18 폄훼’ 논란을 일으킨 이종명 의원을 제명키로 했다.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 결정은 2·27 전당대회 이후로 미뤄졌다. 당내 선거 출마가 보호막 노릇을 했다. 이 의원 제명 역시 의원총회 표결이라는 벽을 넘어야 확정된다. 여야 4당에서는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당분간 정치권의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14일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해당 의원들의 발언이 5·18 정신과 한국당이 추구하는 보수 가치에 반할 뿐 아니라 다수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는 심각한 해당 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 같은 윤리위 결정을 바로 의결했다.
한국당은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를 유예한 근거로 당규(黨規) 중 ‘후보자 신분보장’ 조항을 들었다.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 제7조는 ‘후보자는 후보 등록이 끝난 때부터 당선인 공고 시까지 윤리위 회부 및 징계의 유예를 받는다’고 돼 있다. 똑같이 논란에 휘말렸지만 전대 출마 여부가 명운을 가른 것이다.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윤리위 회부가 결정된 당일인 지난 12일 각각 당대표와 최고위원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김 사무총장은 “두 의원 징계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전대가 끝난 뒤 윤리위가 다시 소집돼 징계 여부와 수위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 처분을 받은 이 의원은 열흘 이내에 재심 청구를 할 수 있으며, 이후 한국당 의총에서 재적 의원(113명)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제명이 확정된다. 하지만 한국당 내부에 ‘제명은 과하다’는 동정론도 적지 않아 의총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명이 확정되면 한국당은 의석 1개를 잃지만 이 의원은 무소속으로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한다. 공직선거법 192조 4항에 ‘소속 정당의 제명’은 비례대표 퇴직 사유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여야 4당이 요구하고 있는 의원직 박탈을 위해서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와 본회의 의결(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절차를 별도로 거쳐야 한다.
이번 조치가 성난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는 27일 선출될 한국당 새 지도부가 바로 대면할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여야 4당은 “민주주의에 대한 2차 가해” “쇼맨십 징계” 등의 표현을 써서 한국당의 결정을 일제히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한낱 당직 선출에 관한 규정을 내세워 민주화 역사를 날조한 망언자들에 대한 징계를 미룬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도 “망언을 쏟아낸 자들에게 당대표와 최고위원으로 가는 길을 열어준 결정은 날강도에게 다시 칼을 쥐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고, 민주평화당 유성엽 최고위원도 의원총회에서 “이종명 의원만 징계한 것은 안일한 대처”라며 “한국당의 쇼맨십 징계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5·18 유공자인 민주당 설훈·민병두, 평화당 최경환 의원은 이날 검찰에 논란을 일으킨 세 의원과 지만원씨 등 4명을 모욕죄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이날 국회와 한국당 당사 앞에서는 한국당의 해산을 요구하는 집회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지호일 임성수 기자 blue51@kmib.co.kr
한국당 이종명만 제명… “여론 못 읽은 꼬리자르기” 논란 가열
입력 2019-02-15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