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이 제주에서 시범 시행 중인 자치경찰제를 올해 안에 전국 5개 지역에서 확대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자치경찰제는 각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경찰을 두고, 교통이나 생활안전 등 주민 밀착형 민생치안 업무를 담당토록 하는 제도다. 다만 검·경 수사권 조정과도 연동돼 있고, 국회 입법 과정이 남아 있어 실제 제도가 온전히 도입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당정청은 14일 국회에서 협의회를 열고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당정청은 올해부터 자치경찰제 시행 지역을 서울시와 세종시를 포함해 5곳으로 늘리고, 2021년까지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 뒤 2022년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전체 경찰 인력의 36%에 해당하는 4만3000명이 자치경찰로 전환된다.
이번 안은 지난해 11월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자치경찰제 도입방안’ 초안을 기초로 삼았다. 정부·여당의 최종안이 나온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기존의 경찰법을 전면 개정키로 했다.
자치경찰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경찰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해 경찰의 권력을 분산시킨다는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민생 사건과 관련한 수사권도 일부 자치경찰로 이관된다. 시·도지사가 자치경찰본부장이나 자치경찰대장에 대한 임명권도 갖게 된다.
민주당은 입법 과정에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자치경찰제 도입은 정쟁 사항이 아니다”면서 “한국당이 단체장으로 있는 지역에서도 원하는 내용이다. 야당과 충분히 논의해 보완할 내용은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행안위 한국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아직 당내에 구체적인 당론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자치경찰제의 긍정적인 면을 공유하고 있지만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의 업무 분장, 민선 자치단체장의 권한, 재정 문제 등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자치경찰제 도입이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문제 등 권력구조 개편 문제와도 연계돼 있어 국회 논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아직 매듭짓지 못한 상태다. 공수처 설치 문제는 의견 대립으로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다만 야당이 자치경찰제 도입을 지렛대로 삼아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설치 협상에 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선결 조건으로 자치경찰제 도입을 요구해 온 검찰도 반발하는 모양새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자치경찰제로 권한을 분산시켜 놓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검찰은 전날 사개특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제대로 된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려면 최소 경찰서 단위에서부터 권한이 이양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안에 따르면 경찰서가 아닌 지구대와 파출소가 자치경찰로 이관되는데, 검찰은 이런 안이 ‘무늬만 자치경찰제’라는 입장이다.
시범 지역으로 선정된 서울시와 세종시는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경찰제 정부안이 확정·발표돼 제도 시행이 가시화된 점은 환영한다”면서도 “기대했던 수준에 비해 다소 미흡하다”고 밝혔다.
김판 김유나 기자 pan@kmib.co.kr
당정청, 올해 서울 등 5개 시도에 자치경찰제 도입 예고, 경찰 이원화 시작
입력 2019-02-14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