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의 걱정 “소방직은 국가직 전환하는데, 경찰은 지방직 전환”

입력 2019-02-15 04:02

당정청의 자치경찰제 도입 결정을 놓고 현장 경찰 사이에서는 ‘자치경찰의 전문성 결여’와 ‘업무분장의 불명확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방직 공무원으로의 신분과 처우 변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경찰관들은 자치경찰에게 성폭력 등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한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 A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14일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에 대한 수사는 오랜시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전문성이 떨어지는 자치경찰의 부실수사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경찰관들은 사건·사고가 일어났을 때 초동조치를 국가, 자치경찰의 공동 의무사항으로 한 것도 걱정했다. 서울 B파출소 팀장 이모 경위는 “초동조치의 잘잘못이 많은 논란의 중심이 된 만큼 경찰들이 출동해도 몸을 사릴 우려가 크다”며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려면 국가경찰과의 공동의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관들은 국가기관인 경찰청에서 시·도로 소속이 옮겨지는 게 두렵다고 털어놨다. 서울 C경찰서 김모 경감은 “과거 일부 지방직 소방서 공무원들이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사례처럼 각 지자체의 재정에 따라 경찰의 기존 급여체계에서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소방공무원의 경우 국민에게 균등한 소방서비스 지원을 위해 오히려 국가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경찰은 역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관들은 지자체 공무원이 자치경찰을 하위기관 소속 직원으로 취급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서울 D경찰서 김모 경감은 “서장은 총경(4급 상당)인 반면 시장 및 구청장은 1∼3급 대우를 받는다”며 “자치경찰기관장이 지자체 기관장보다 직급이 낮기 때문에 경찰이 하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26년차인 한 경위는 “기존에 지자체가 담당하던 여러 대민업무가 주민 밀착형 치안행정이라는 명목으로 자치경찰에 떠넘겨질 가능성이 있다”며 “경찰 대다수가 30년 이상 근무하고도 경위(6급)로 퇴임하는 문제가 있는 만큼 계급 현실화를 통해 행정 공무원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관 7000여명의 온라인 모임 ‘폴네티앙’의 류근창 대표는 “자치경찰제 도입을 논의 할 때 신분이 이전돼 가장 영향을 받을 현장 경찰관들에 대한 의견수렴이 매우 부족했다”며 “전국 권역별 순회 설명회 등을 통해 현장 경찰관들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