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주의·스튜어드십 코드, 기업을 바꾸다

입력 2019-02-15 04:00

주주행동주의와 스튜어드십 코드의 거센 바람이 국내 기업을 바꿔놓고 있다. 한진그룹과 현대그린푸드가 배당을 확대하는 등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선언한 게 대표적이다. ‘짠물 배당’으로 유명한 국내 기업을 압박해 주주의 이득을 올리고, 기관투자가의 주주총회 ‘거수기’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코스피 시장에서 한진그룹 관련주는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우선주인 한진칼우는 전 거래일보다 8.53% 오른 1만8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주가는 낮지만 배당에서 우선적 지위가 인정된다. 대한항공우(4.18%)와 한국공항(4.12%), 대한항공(3.22%)도 상승했다.

국민연금과 KCGI의 압박에 한진그룹이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보여준 영향이 컸다. 전날 중장기 발전방안을 발표한 한진칼은 배당 성향을 확대해 2018년 당기순이익 가운데 50% 수준의 배당을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다음 달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우호지분을 확보하려는 목적과 주주·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목적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현대그린푸드도 배당 확대를 결정했다. 국민연금이 현대그린푸드의 과소 배당을 문제 삼은 다음 날 현대그린푸드는 2018~2020년 사업연도 배당 성향을 13%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배당(6.16%)의 배가량이다. 다만 남양유업은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요구를 사실상 거절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53.85%에 달해 배당 확대가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주주행동주의 강풍에 배당주의 매력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4일 기준 국내 액티브 주식형 배당주 펀드 56개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7.84%로 집계됐다.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전체의 평균 수익률(6.48%)보다 높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주주 친화적인 분위기가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첫 한국형 주주행동주의가 대기업 집단에 대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결과를 만들었다”며 “주주행동주의가 다양한 기업의 주식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장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부터 달라진 풍경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올 들어 13일까지 주주총회 전자투표 서비스 도입 기업은 총 1331개사로 늘었다. 전자투표는 소액주주의 권리 신장을 위한 것으로 기업의 주주친화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